북, 산림녹화 핑계로 산림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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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당국의 산림녹화를 위한 지시가 오히려 산림을 훼손하는 결과를 빚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묘목을 심어 숲을 가꿀 본보기 산림단지를 선정하라는 중앙의 지시가 왜곡돼 각 지방에서 산림이 훼손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언급했습니다.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양강도 혜산시 검산동 끝자락에 맞닿아 있는 노중산은 주민지구와 가까운데도 군사시설이 위치해 있어 주변의 다른 지역 산들과 비교해 보면 그나마 숲이라고 할 만큼 보존상태가 괜찮은 산이었습니다.

"그런데 7월 초부터 혜산시 당국이 이 산에 남아있는 나무들을 모조리 베어내고 '조림(造林)작업소'를 들이밀어 남아 있던 잡관목까지 깨끗이 밀어냈다"고 9일 양강도의 한 소식통이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해왔습니다.

이 산에 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어린 묘목들을 심어 숲을 조성한다는 목적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주변이 온통 민둥산인데 그나마 조금 남아있는 산림마저 훼손하고 그 자리에 어린 묘목을 심어 숲을 조성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소식통은 비난했습니다.

이와 관련 11일 양강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말은 본보기 숲을 조성하기 위한 거라지만 혜산시의 살림집과 공공건물 건설에 필요한 목재를 해결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라며 "이런 현상은 비단 혜산시뿐 아니라 전국 대부분의 시, 군들에서 모두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양강도는 올해 초까지 완공된 백두산청년발전소와 지금 한창 건설 중에 있는 백두산관광철도, 삼지연군 개발 사업에 필요한 목재와 건설인원들의 땔감 보장을 위해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던 산림이 무분별하게 남벌되고 있다고 소식통은 지적했습니다.

북한에 이렇게 남아있는 보잘 것 없는 산림마저 공공연히 훼손되고 있는 원인에 대해 9일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중앙에서 전국의 수림화를 위한 본보기로 매 시, 군들마다 어린 묘목을 심어 숲을 조성하라는 지시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온 나라의 수림화를 위해 나무를 일절 베지 못하게 통제하기 시작하면서 각 지방마다 필요한 목재를 해결 못해 매우 힘들었다"며 "그러던 차에 올해 6월 '지방별로 일정 지역을 선택해 본보기로 되는 숲을 조성하라'는 중앙의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애초 중앙의 의도는 어린 묘목들을 심어 본보기로 되는 숲을 조성하라는 것이 전부였다"며 "하지만 각 지방에서는 중앙의 지시를 구실로 당장 급한 목재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러 산림이 남아 있던 지역에 본보기 숲을 조성한다며 나무를 마구 베어내고 있다"고 중앙의 지시가 지방에서 어떻게 왜곡되고 있는지를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