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유엔의 대북제재에 자력갱생으로 맞서겠다며 호언장담하던 북한이 결국 전시예비물자를 털어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부산간지대에서는 전시예비물자마저 고갈돼 이번 수해복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언급했습니다.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의 북부산간지역이 심각한 큰물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당국이 전시용 비축 철강재와 시멘트를 이미 다 써버려 자재부족으로 수해복구 사업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유엔의 대북제재에 굴하지 않고 자력갱생으로 당당히 맞서는 모습을 보여주라는 중앙의 지시에 따라 전시예비물자로 보관하고 있던 시멘트와 철강재를 국가건설 사업에 모조리 써버렸다"고 6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북한은 유사시 병사들을 위한 예비물자로 인민군 후방총국과 각 군단사령부들에 식량과 생필품, 연유를 보관하고 있다며 민간인들을 위한 전시예비물자로는 '2호 창고'의 식량과 '4호 창고'의 생필품, 휘발유와 디젤유가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전시에 쓸 시멘트와 철강재는 각 도 '50호 사업소'들에 보관됐는데 올해 북한 당국은 유엔의 제재에 맞선다며 평양과 지방에 숱한 건설 판을 벌려 놓고 '50호 사업소'에 보관됐던 시멘트와 철강재를 꺼내 썼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눈에 띌만한 건물들을 짓느라 전시예비물자까지 쏟아 붇는 원인에 대해 소식통은 "유엔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외부세계에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며 "하지만 전시예비물자도 이젠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5일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수해복구를 위해 주민들과 주변 군인들이 모두 동원됐다"며 "우선 산사태로 막힌 도로를 열어야 하는데 불도저나 굴삭기 같은 장비가 전혀 없어 순수 인력으로 돌과 흙을 치우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언급했습니다.
소식통은 당장 파괴된 도로와 철길, 살림집들을 복구하려면 시멘트와 철강재를 비롯한 건설자재들이 필요한데 중앙에서는 복구자재를 대줄 능력이 없어 가뜩이나 곤경에 처한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복구 부담을 떠넘기려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에 끄떡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전시예비물자를 타산 없이 쓰다가 정작 큰물피해가 발생하니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됐다"며 "이번 장마로 농작물 피해도 커 수해지역 주민들속에서는 '제2의 고난의 행군'이 오는 것 아니냐는 근심이 깊어가고 있다"고 현지의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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