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109상무’ 검열총화의 전말③ 알판시대의 종말, 메모리시대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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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09상무 검열총화의 전말' 오늘은 이번 기획보도의 마지막 순서입니다. '알판시대의 종말, 메모리시대의 시작'이라는 제목으로 '109상무' 검열 선풍이 휘몰아친 이후 북한 사회에서 일기 시작한 새로운 변화에 대해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3. 알판시대의 종말, 메모리시대의 시작

지금까지 북한에서 불법영상물은 대부분 알판(DVD)으로 유통돼왔습니다. 집에 몰래 알판복사기를 차려놓은 사람들이 대량으로 불법영상물을 복사해 이를 장마당 장사꾼들에게 넘겨주어 판매하는 방식이었습니다.

11월 8일부터 9일, 이틀 사이에 처형된 주민들은 모두 알판복사기를 몰래 집에 차려놓고 불법영상물을 대량으로 복제해 장마당에 넘겨준 사람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대규모 처형사건을 계기로 알판제작자들은 물론 장마당에서 알판을 팔던 장사꾼들도 초토화됐다는 것이 북한 내부소식통의 한결같은 주장입니다.

알판을 소지하고 DVD(녹화기)를 통해 한국영화나 외국영상물들을 시청하던 주민들도 이번 사건을 통해 알판과 DVD의 문제점을 뼈저리게 실감했다는 것입니다. DVD는 영상물을 시청하던 도중 정전이 되면 알판을 빼 낼 방법이 없어 북한 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국영화나 외국영상물들에 대한 주민들의 수요가 워낙 많고 강렬하기 때문에 불법영상물을 완전히 막기 어렵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일치된 견해입니다. 대신 보관과 관리가 어려워 단속을 피할 길 없었던 알판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단속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 소형메모리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됐다고 그들은 분석했습니다.

소식통들은 그러한 근거로 최근 북한의 장마당들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판형컴퓨터(태블릿)를 주목했습니다. 북한 장마당들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판형컴퓨터는 모두 중국산이라고 합니다. 북한이 만들고 있는 삼지연이나 아침과 같은 판형컴퓨터들에 비해 가격도 중국인민폐 400원 미만으로 눅은(싼)데다 소형(외장)메모리칩을 바로 연결할 수 있고 블루투스 기능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판형컴퓨터는 밧떼리(배터리)사용시간이 길고 중국산 다용도(보조) 밧떼리를 장착할 경우 며칠 동안 계속 사용할 수가 있어 전력난으로 허덕이는 북한 주민들에게 가장 적합한 기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더욱이 판형컴퓨터에 장착할 수 있는 소형메모리 칩은 노트북이나 노텔, mp4와 DVD에도 장착해 불법영상물을 볼 수 있고 불시단속에 대처해 감추기도 쉬워 얼마든지 검열을 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소형메모리칩은 알판과는 달리 특별한 복사기가 없어도 불법영상물을 마음대로 저장하고 삭제할 수 있어 세계가 말하는 '무한공유시대'에 북한주민들도 성큼 다가설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는 판단입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소식통들은 "'109상무'의 검열은 어차피 몰락하게 되어있는 알판시대를 보다 일찍이 종결시킨데 불과했다"며 "대신 메모리시대를 훨씬 앞당기는 역할을 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마약과 매음을 근절하기 위해 숱한 검열이 진행됐지만 모두 실패했다"며 "불법영상물 역시 막을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고 앞으로는 판형컴퓨터와 소형메모리 칩이 북한주민들의 불법영상물 시대를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