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지식인, 김정은 검열정치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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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과도한 통제와 검열의 남발로 하여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북한 지식인들 속에서 일고 있습니다. 아버지 김정일의 강압정치를 그대로 본 따는 것이 치명적이라고 소식통들은 주장했습니다.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김일성은 일년, 김정일은 한달, 김정은은 불과 열흘"이라는 말이 북한의 간부들과 지식인들 속에서 은밀히 번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부 속내가 통하는 지식인들이 모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을 '열흘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고 있다고 복수의 양강도 대학생소식통들이 전했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양강도의 한 대학생 소식통은 "김정은의 온갖 방침과 지시들의 효력이 열흘도 가지 못 한다"면서 "이 때문에 간부들이나 대학생들 속에서 김일성은 1년, 김정일은 한 달, 김정은은 '열흘'이라고 부른다"고 주장했습니다.

한마디로 김일성 주석의 지시들과 명령은 1년 넘게 효력이 지속됐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들은 한 달 밖에 효력이 가지 못했고 김정은 제1비서의 방침과 지시들은 그 효력이 열흘도 못 간다는 의미라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또 다른 양강도의 대학생 소식통은 "11월 초에 '중앙당 검열'과 '국방위원회 검열', '중앙검찰소 검열', '중앙당민방위부 검열'을 비롯해 이름도 다 외우기 힘들 정도의 온갖 검열대들이 동시에 들어왔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이러한 검열이 한창인데도 마약장사꾼들과 밀수꾼들이 오히려 활개를 치고 있다"며 "밀수는 예전보다 더 심해진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들은 11월 초부터 지방군부대들과 간부들을 상대로 시작된 '국방위원회 검열'과 '중앙당 검열'은 김정은 방침관철 검열이었기 때문에 처음 열흘 동안은 숨도 못 쉴 정도로 사람들이 긴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긴장감도 열흘정도에 불과했고 지금은 모두 예전처럼 활기를 되찾았다며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에는 이런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소식통들은 "김정일 시대에는 검열대가 상주해 있는 기간만큼은 사람들이 꼼짝을 못했는데 이젠 아예 상부의 말발이 먹히지 않는다"며 "원수님(김정은)의 말씀도 이젠 '열흘'짜리밖에 못 된다"는 도당간부들의 탄식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열을 나온 사람들도 웬만히 뇌물만 고이면 다 봐주기 때문에 검열대에 대한 공포감이 거의 없어졌다"며 "지금은 무조건 검열만 붙이면 통하는 시대가 아니다"라고 김정은의 검열정치를 비난했습니다.

또 김정은 제1비서를 향해 "주민들 속에서 인기가 없던 제 아버지를 본받을 것이 아니라 현실을 제대로 볼 줄 알아야 한다"며 "과거처럼 검열이나 단속 같은 통제수단으로 사람들을 길들이려 한다면 요즘은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