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국, 단오와 동지 명절 없애라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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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민족고유의 명절인 단오와 동지를 쇠는 풍습을 없애라는 지시를 각급 기관장들에게 내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들은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에 대한 반감의 표시로 중국에서 유래된 단오와 동지를 쇠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습니다.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노동당 총무부가 올해 5월 5일 각 도당위원회 총무부에 전자우편으로 보낸 강연제강의 제목은 "우리의 명절이 아닌 단오를 없앨 데 대하여"입니다. 전자우편으로 내려온 강연제강은 각 도일보사들에서 출판돼 해당 기관들에 배포됐습니다.

이와 관련 26일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올해 5월에 단오를 없앨 데 대한 강연이 대대적으로 진행되더니 지금은 또 동지를 없애라고 난리"라며 "25일에 진행된 기관장, 초급당비서 회의에서 동지를 쇠지 말라는 강연제강이 배포됐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김정은이 5월의 행사일정에 서명을 하던 중 단오 행사가 들어있는 것을 보고 중국의 명절인 단오를 왜 우리가 쇠어야 하느냐고 화를 냈다는 소식이 있다"며 "이후 단오를 없애라는 강연이 대대적으로 진행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단오를 없앤 것만으로도 모자랐는지 최근 또다시 중국과 겹치는 명절들을 모조리 없애라는 김정은의 지시가 하달됐다"며 "중국에다 대고는 제대로 말도 못하면서 그 화풀이를 왜 우리 인민들이 전통적으로 쇠는 명절에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난했습니다.

한편 24일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중국의 명절인 동지를 쇠지 말라는 강연제강이 각 기관, 인민반들에 내려와 강연회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며 "동지는 단순히 팥죽이나 쑤어 먹는 날인데 왜 그걸 가지고 왜 이리 소란을 피우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동지를 쇠지 말데 대한 강연을 들은 사람들이 '팥죽을 먹지 말라는 것 같은데 그러면 이젠 동지에 떡을 먹으면 되겠다'고 비꼬았다"며 "전통적인 명절까지 지도자가 제멋대로 만들고 없애는 방식에 사람들은 진저리를 친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또 "단오는 고난의 행군시기 김정일이 풀죽을 쑤어 나누는 한이 있어도 기어이 쇠어야 하는 날이라고 지시한 전통 명절"이라며 "그런데 이제 와서 단오를 없애라는 것은 선대수령의 유훈마저 무시하는 폭거"라는 주민들의 불만을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제 하는 짓은 생각 안하고 중국과의 관계가 뜻대로 안 되니 애꿎은 민속명절에 화풀이를 하고 있다"며 "단오와 동지를 없애면 중국이 겁을 낸다더냐?"고 반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