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도 김정은 탄핵할 권리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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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파면됐습니다. 남한의 최고 권력자가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가게 된 건데요. 북한의 청취자들께서는 이런 사태가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 궁금해 하실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해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전문가의 설명을 들어봤습니다.

목용재: 대한민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됐습니다. 이 때문에 오늘 한국은 하루종일 떠들썩 했는데요.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박영호 강원대학교 교수를 모셨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박영호: 네 안녕하세요.

목용재: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를 끌어내린다는 것. 북한 청취자들은 이해하기 힘들어할 것 같습니다. 먼저 이 부분이 어떻게 가능한지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박영호: 북한 사회주의 헌법에는 인민을 위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인민의 안녕과 복지, 생활은 법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반면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들의 의사를 반영합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 자유민주적 헌법의 기본 정신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은 자유민주주의에 근간한 '국민 권력'의 반영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헌법은 1987 10월에 전면 개정된 것인데요. 헌법 1장 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내용입니다. 2조는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을 비롯해 권력을 가진자나 그렇지 않은자도 국민으로서 동등한 자격과 권리를 가지고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한 권력자나 주민들은 이런 자유민주적인 기본 질서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이해하기 힘들겁니다. 하지만 국가와 당이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고 헌법, 법률을 위반한다면 북한 주민들도 당연히 이를 교체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목용재: 이번 남한 헌법재판소 결정문을 보면 "국가공무원으로서 책임"과 "정치적 폐습 청산"이라고 명시한 부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이부분에 대해 어떻게 보셨습니까.

박영호: 1948년에 한국 민주주의 헌법이 제정됐지만 실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권위주의 정부가 수립되고 존재했기 때문에 민주주의 투쟁이 있었습니다.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구현하지 못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 실천을 위해서 투쟁을 지속했습니다. 역대 정부는 권위주의 정부라도 민주적인 의견을 부분적으로 수용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은 권위주의 정권하에서도 장기적으로 민주주의 이행 단계를 밟은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사회에는 아직도 권위주의적 폐습 등 청산해야 할 구태가 아직 남아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고해서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좀더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로 발전해야 할 단계가 있기 때문에 헌재에서 '정치적 폐습'을 청산해야 한다고 적시한 겁니다.

목용재: 북한은 김정은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릅니다. 한국 대통령도 권력이 막강한데요. 도대체 누가 대통령을 끌어내릴지 말지를 결정하는 겁니까.

박영호: 모든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은 평등하고 또 존엄성을 부여 받습니다. 그리고 헌법과 법률 앞에 평등합니다. 대통령은 국민들의 선거에 의해서 선출합니다. 따라서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는 자이지 그 위에 군림하는 자가 아닙니다. 그래서 국민으로부터 받은 권력을 올바르게 행사할 때 대통령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권력을 탐하거나 소수의 이익만을 추구하면 당연히 국민들은 합법적인 절차에 의해 대통령을 탄핵할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의결하고 헌재에서 탄핵판결을 한 것은 대한민국 전체의 의사를 존중하는 합법적인 절차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목용재: 남한에서는 탄핵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박영호: 노무현 대통령도 이번처럼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받았는데요. 당시 대통령이 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했지만 탄핵을 인용할 만큼의 잘못은 아니라는 결정이 나온 바 있습니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은 직무에 바로 복귀했습니다. 이런 측면은 보수든 진보든 대한민국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할 책임을 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목용재: 북한 수령론에 따르면 최고지도자는 뇌수, 즉 머리입니다. 머리가 없으면 몸 전체를 쓸 수 없는건데 앞으로 한국에 그런 상황이 오는 것 아닙니까.

박영호: 아닙니다. 대한민국은 대통령 한 사람이 궐위된 상태이더라도 제도와 절차,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자유민주 국가입니다. 최고 정책 결정자가 궐위된 상태이기 때문에 약간의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헌법과 법률체제, 민주적 절차에 따라서 나라가 움직입니다. 때문에 대통령 1인의 유고가 대한민국 전체의 운영에 큰 저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목용재: 남한 대통령이 파면된 상황이 벌어졌는데, 북한도 남한처럼 최고인민회의가 공화국 최고재판소에 김정은을 탄핵하는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보시나요.

박영호: 현재 북한의 교육체계, 정치 사회체계로는 가까운 시일 내에 시민들이 주도하는 변혁이 일어나기는 힘듭니다. 그렇지만 북한에서도 기회는 열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령, 당, 군부 등의 강압 통치가 북한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시장화 현상'이 아래로부터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은 북한 주민들을 각성시키기 좋은 기회입니다. 북한 주민들도 대한민국처럼 국무위원장, 노동당위원장 등 1인 독재자를 얼마든지 탄핵할 수 있는 권리와 자격, 능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그런데 북한 청취자들로서는 의문도 들 것 같습니다. 왜 자신들이 뽑은 최고지도자를 자신들이 또 끌어내리는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박영호: 대한민국 헌법에 따르면 선거에 의한 다수 득표자가 대통령이 됩니다. 국민들에 의해서 선출된 대통령은 임기 동안 국민들이 위임한 권력을 헌법과 법률에 준거해서 행사해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하긴 했지만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고, 이 때문에 국민들은 위임한 권력을 다시 거둬드릴 권리가 있는 겁니다. 그래서 남한의 헌법재판소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의 내용을 파면 결정을 통해 반영한 것입니다.

목용재: 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이뤄진 대통령 파면에 대해 박영호 교수님과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박영호: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