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서 '아웅산 순국사절 추모비' 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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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얀마 폭탄 테러에 희생된 한국 정부관리들을 추모하는 '아웅산 순국사절 추모비' 제막식이 6일 아웅산 국립묘지에서 개최됐습니다.

미얀마 양곤 현지에서 김진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공작원들의 폭탄 테러로 한국의 서석준 전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외교사절과 수행원 17명이 미얀마에서 희생된 지 31년이 지났습니다.

이번 미얀마 양곤 아웅산 국립묘지에서 개최된 추모비 제막식에는 한국의 윤병세 외교부 장관, 권철현 추모비 건립 위원장을 비롯해 순국사절 유족 20여명 등 8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비롯 순국사절 유족 20여명 등 80여명이 추모비 제막식에 참석했다. (RFA PHOTO)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비롯 순국사절 유족 20여명 등 80여명이 추모비 제막식에 참석했다. (RFA PHOTO) (RFA PHOTO/김진환)

추모비는 2012년 5월 미얀마를 방문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아웅산테러 현장에서 추모비 건립 필요성을 제기 하면서 추진되었습니다.

권철현 건립위원장은 당초 아웅산 테러 30주년인 지난해 10월 9일 제막식을 거행하려 하였으나 아웅산 국립묘지는 미얀마의 성지이고 미얀마의 상징인 쉐다곤 파고다 옆에 추모비를 높게 세울 수 없다는 미얀마 정부의 반발로 올해 현충일에 다시 제작된 추모비로 세워졌습니다.

테러 현장과 100m정도 떨어진 국립묘지 북문 입구 부근에 세워진 추모비는 가로 9m, 세로 1.5m, 두께 1m 크기로 비석 틈 사이로 당시 사고 현장이 보이고 빛이 들어오도록 지어졌으며 추모비에는 순국사절 17명의 이름과 직책이 명기되어 있습니다.

아웅산 순국사절 추모비. (RFA PHOTO)
아웅산 순국사절 추모비. (RFA PHOTO) (RFA PHOTO)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추도사를 통해 “폭탄 테러는 북한의 호전성과 잔혹성을 전 세계에 적나라하게 드러낸 만행이며 한반도 분단의 비극적 현실을 일깨우는 사건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윤병세 장관: 이제 북한도 변해야 합니다. 국제사회 흐름에 부응하여 고립과 퇴보의 길에서 벗어 나야 합니다. 또한 핵을 포기하고 한반도 신뢰구축과 평화통일의 길에 나서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반성이자 고귀한 넋을 위로하는 진정한 참회의 길이 될 것입니다.

당시 테러로 사망한 김재익 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부인인 이순자 여사와 함병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아들인 함재봉씨는 추모비 건립을 추진한 한국 정부에 사의를 표했습니다.

이순자 여사: 이렇게 나라에서 그런분들을 잊지 않고 역사적으로 기록을 했고 또 이렇게 행사를 통해서 저희 가족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신 거 이런것들에 대해 감사를 드리고, 저희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게 감사하다 이런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함재봉 유족대표: 개인적으로는 아버님이 마지막 서 계셨던 장소도 볼 수 있었고..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도 이순간 잊지 않고 저도 저희 아들을 데리고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웅산 테러 사건은 1983년 10월 9일 전두환 전 대통령이 동남아시아 5개국 공식 순방 첫 방문국인 미얀마의 아웅산 묘소에서 북한 공작원들이 전두환 전 대통령과 수행원을 대상으로 자행한 폭탄테러 만행으로, 대통령의 수행원 16명과 기자 1명이 사망하고 14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당시 미얀마는 사회주의 성향으로 한국보다 북한에 더 가까운 국가 였으나 미얀마의 독립 영웅인 아웅산장군 묘소에서 폭탄테러를 일으킨 것에 격노하여 북한과의 국교를 즉시 단절했었습니다.

또한 당시 미얀마 경찰이 폭탄 테러를 이르킨 북한 범인 3명중 한 명을 테러현장 인근에서 사살하고 두 명은 체포하였습니다. 그 중 한 명은 1986년 사형이 집행되었고 나머지 한명은 미얀마에서 복역중 한국으로 가고 싶었으나 당시 전두환 대통령을 살해하려 했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아 좌절 됐습니다. 그러다 2008년 5월 18일 53세의 나이로 중증 간질환으로 사망하였습니다.

한편 이번에 제막한 '아웅산 순국사절 추모비'는 민관 합동으로 구성된 '아웅산 순국사절 추모비 건립위원회'를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해, 2년 동안의 준비를 거쳐 완공했습니다.

미얀마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진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