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바닷길을 통해 남한에 귀순하는 탈북자는 여름철마다 꾸준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에도 7명의 북한 주민이 해상으로 탈북했는데요. 서해가 아닌 동해로 탈북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바닷길을 통해 귀순한 북한 주민 대부분은 서해를 통해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탈출 경로가 짧고 해안선이 복잡한 서해가 동해보다 탈북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난 6월 북한 주민 7명이 동해를 통해 탈북한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과거 바닷길로 한국에 도착한 탈북자들은 이들 7명이 동해를 거쳐 온 이유를 수산업을 장려하는 최근 북한의 상황에서 찾습니다. 동해상에서 어로 활동이 과거보다 활발해진 만큼 탈북 통로가 넓어진 것 같다는 겁니다.
지난 2006년 서해로 탈북한 김진수(가명, 함경도) 씨는 1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과거에는 서해 어업이 성행했는데 최근에는 동해가 더 활발하다"면서 "어선 활동이 많아야 탈북 기회가 많은데 지금은 동해가 그렇다"고 설명했습니다.
남측 국가정보원에서 30여 년 간 탈북자 신원 조사 등의 업무를 담당했던 나원호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도 북한 당국의 동해 수산업 장려 정책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나원호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 사실 김정은이 어로 쪽으로 강조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수산 기업소도 많이 생겼습니다. 선박 수도 늘어나고 어업 종사 인원도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동해를 통해 탈북하는 (기회가 많이 생긴)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실제 김정은은 2013년부터 자신이 직접 발표해 온 신년사를 통해 한 번도 빠짐없이 수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올해 신년사를 통해서는 '동해'의 수산업을 장려하라고 꼭 집어 말했습니다.
김정은(올해 1월 1일): 수산부문에서 적극적인 어로전을 힘 있게 벌리며 양어와 양식을 근기 있게 내밀어야 합니다. 현대적인 고깃배를 더 많이 무어 내고 동해안 지구에 종합적인 어구생산기지를 꾸려 수산업의 물질, 기술적 토대를 강화하여야 합니다.
지난해 서해를 통해 탈북한 어업지도국 출신 박명진(가명, 신의주) 씨는 '경제적 이유' 때문에 앞으로도 동해를 거쳐 탈북하는 어부들이 꾸준히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박 씨는 "서해 어부들은 중국과 직거래하며 돈을 버는 사람들이 많지만 동해 어부들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러시아 측 수요는 없고 장마당에 팔려고 가지고 들어가면 당국에 세금 명목으로 바쳐야 하는 것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에 들어온 3만여 명의 탈북자 가운데 해상 탈북한 인원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바다만큼 안전한 탈북 경로는 없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입니다. 바닷길을 잘 아는 선장만 있다면 동해든 서해든 위험하지 않다는 겁니다.
해상 탈북자들에 따르면 바닷길을 통해 탈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는 6~8월. 바다가 잠잠해지는 여름철입니다. 고깃배가 많이 활동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어부가 아닌 일반인도 "고기 잡이에 끼워달라"며 승선해 탈북을 시도할 수 있다고 합니다.
1500만 원(1만 3300달러) 수준의 도강비보다 저렴하게 탈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2000달러 정도면 탈북할 배를 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박을 구입할 돈이 없더라도 탈북 의사가 있는 선장을 섭외하거나 자신이 어부라면 탈북비용은 크게 줄어듭니다. 나원호 수석연구위원은 "바닷길만 안다면 이 길이 가장 안전한 탈북 경로"라고 말합니다.
나원호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 바닷길에 능숙한 사람은 이 경로가 제일 편합니다. 돈도 적게 들고요. (탈북에는) 하절기가 좋습니다. 이 때가 고기잡이 배도 많이 내보내는 시기니까요.
탈북을 시도하다가 북한 당국에 적발돼도 "표류 중이었다"는 변명만 하면 위기를 쉽게 모면할 수 있다고 합니다. 김진수 씨는 "배가 남쪽으로 내려가기만 하면 탈북은 성공"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한 가족이 같은 배에 승선했다가 당국에 잡혔을 경우에는 탈북 기도로 간주돼 처벌을 피할 수 없다고 합니다.
한편 지난달 1일부터 3일까지 동해상에서 구출된 북한 주민 7명은 최근 남측에 귀순의사를 밝혔습니다. 특히 이 가운데 5명은 평양 출신으로 밝혀져 주목 받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이들은 사전에 탈북 계획을 세웠다"면서 "평양에서 원산으로 이동한 뒤 선박을 구입해 탈북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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