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 당국이 방송매체, 즉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것으로 파악되는데요. 재입북한 임지현(전혜성) 씨도 최근 북한의 대외 선전 매체에 모습을 드러내 남한을 비방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재입북자를 활용한 '미디어 정치'를 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한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 매체를 통해 확인된 재입북자는 지난 2012년 5월 박인숙 씨가 처음입니다. 재입북자를 방송 매체에 내보내 체제 유지에 본격 활용한 시점은 이때부터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북한이 대내외 매체, 즉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겁니다.
북한 문건에서도 김정은이 미디어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남한내 북한민주화운동 조직인 '조선개혁개방위원회' 측은 2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김정은의 이른바 '말씀문건'과 '비준과업' 등을 보면 김정은이 북한 미디어 정책을 직접, 일일이 챙기고 있음이 드러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일종의 '미디어 정치'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정은은 선대에 비해 정치적 카리스마나 국정 운영 능력이 떨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은 미디어 정치, 이미지 정치로 권위의 정당화를 꾀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정은이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차원에서 탈북자 유인 납치 시도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 대북소식통은 주장합니다. 재입북자가 직접 말하는 남한의 부정적인 실상이 체제 유지에 효과적이라는 겁니다. 이 대북소식통은 "3년 전에도 대륙간탄도미사일 설계도를 4천만 원(3만 5600달러)에 팔겠다는 말에 속아 단둥에서 유인 납치된 탈북자가 있었다"면서 "이런 사람 중 북한의 협박을 견디지 못한 사람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최근 북측 대외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재입북이 확인된 임지현 씨의 사례입니다. 보통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탈북을 막기 위해 재입북자를 대내 매체에 등장시켜 남한을 비방하게 했습니다. 또한 납치한 대북선교사 등도 대내 매체에 출현시켜 "공화국을 전복시키려 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도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임 씨는 북한 주민들은 볼 수 없는 대외매체인 우리민족끼리에 출현했습니다. 이는 "이례적인 사례"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이병순 안보통일연구회 수석연구위원: 대내용이라면 조선중앙TV 같은 데에 등장시켜야 하는데 우리민족끼리라는 대외선전용, 그것도 인터넷 매체에 공개했습니다. 이건 특이한 경우입니다. 중국에 많은 탈북자들이 나와있는데 그들을 염두에 뒀다고 추정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남한은 살기 힘드니 북으로 돌아오라"는 말을 중국 내 탈북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임 씨를 우리민족끼리에 내세운 것 같다는 겁니다. 북한 당국이 필요에 따라 대내, 대외 매체를 번갈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임 씨가 대외 선전매체에 먼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에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대내 매체에 먼저 등장했다면 주민 대상 강연자 등으로 활용가치가 있지만 외부매체에 먼저 노출된 사람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겁니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 사무국장: 북한 주민들이 보는 매체나 신문에 나온 사람들은 신변보장이 된 사람이라고 보면 됩니다. 우리민족끼리 이런 데에만 나온 사람은 북한 내 TV에 나오는 사람과 신변안전 부분에서 굉장히 큰 차이가 있을 겁니다.
이른바 김정은의 '미디어 정치'가 북한 정권에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김정일 시대와는 다르게 민감한 내용까지 공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과 6월 북한 매체가 보도한 최고수뇌부 위해 시도 사건이나 지난해 중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의 집단 탈북 소식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에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의 미디어 정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주민들에게 민감한 부분까지 알려지면 이는 오히려 체제 불안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남한 통일부에 따르면 2012년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재입북자는 25명입니다. 이 가운데 북한을 다시 탈출해 한국으로 들어온 사람은 5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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