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남한 정부기관인 특허청과 민간단체인 한국여성발명협회가 지난 2014년부터 '생활발명코리아'라는 이름의 발명대회를 개최하고 있는데요. 올해로 세번째 개최된 이 대회에서 탈북자가 1등을 차지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특허청과 한국여성발명협회는 '2016 생활발명코리아' 공개심사에서 북한 군 출신 탈북자 김정아 씨의 발명품이 '대통령상'을 받았다고 지난 24일 밝혔습니다.
한국여성발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생활발명코리아'에 출전했던 탈북자는 없었습니다. 김 씨가 탈북자로서는 처음으로 이 대회에 출전한 겁니다. 24명의 본선 진출자 가운데 1등의 영예를 안은 김 씨는 부상으로 발명 장려금1000만원(8500달러 가량)도 받았습니다.
김 씨는 "발명대회 1등 수상은 제가 북한에 있었다면 상상조차 못했을 일"이라고 2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김정아 씨: 대한민국은 본인이 최선을 다하면 충분히 뭐든지 할 수 있는 나라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북한에서 이런 아이디어를 개발했다면 어떻게 짓밟혔을까"라고 생각하며 울었습니다. 이런 발명품 경연대회에 탈북자들도 한번쯤 도전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김 씨의 발명품은 '속 시원한 세면기' 입니다. 세면기 배수구가 머리카락이 뭉쳐 수시로 막히는 문제를 해결한 발명품입니다. '속 시원한 세면기'를 설치하면 뭉친 머리카락을 직접 제거하거나 화학약품으로 세면대 배수구를 청소하는 등의 번거로움을 덜 수 있게 된다는 것이 김 씨의 설명입니다.
'속 시원한 세면기'를 발명하게 된 동기는 '부부싸움' 때문이었다고 김 씨는 말합니다. 세면대 배수구가 막힐 때마다 누가 배수구를 뚫을 것인지를 두고 부부싸움이 벌어졌고 이 때문에 남편과 해결방법을 찾다가 '발명'으로 이어졌다는 겁니다.
김 씨는 "남편과 함께 고민해 발명품을 만들었고 이를 집 세면대에 직접 설치했더니 더 이상 세면대가 막히지 않았다"면서 "생각보다 실용적인 발명품이라는 생각 때문에 특허를 내려고 생활발명코리아에 출품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여성발명협회 측은 "일반 가정에서도 김 씨의 발명품은 특별한 작업 없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면서 "실용성과 기능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고 밝혔습니다.
김정아 씨가 참여한 '생활발명코리아' 대회는 '여성 발명가' 선발 행사입니다. 생활 속 불편한 경험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발명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이 대회 본선 진출자들에게는 발명품을 상품화하는 비용이 지원됩니다. 또한 상품의 홍보, 판로 개척 등과 관련된 전문상담도 제공됩니다.
'생활발명코리아' 대회 외에도 한국에는 다양한 발명품 관련 행사가 있습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특허청 등 남한 정부가 앞장서 주최하는 행사가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고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민간단체들도 자체적인 '발명대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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