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노래 가사를 빠른 속도로 뱉어내는 가수를 '래퍼'라고 부르는데요. 한국에서 '탈북 래퍼'로 주목받은 바 있는 강춘혁 씨가 지난주 금요일 자신의 첫 음반을 발표했습니다. 강 씨의 곡에는 북한의 김정은 정권을 신랄하게 비판한 가사가 담겨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현장음) 그 땅은 리설주가 조국의 어머니. But she's not my 어머니. 내 어머니가 아오지에서 얻은 건 결핵. 땅굴 판 돈 착취해서 만든 것은 핵. 오 '배때지'에 살이나 빼. 도발은 그만. 만들 때 됐네 식스팩.
지난주 금요일 한국의 홍익대학교 인근 공연장. 김정은과 이설주를 향한 독설이 공연장 안을 가득 채웁니다. 김정은을 '돼지'라고 표현하며 "망신살이 점점 찌네"라고 풍자하는 가사가 이어집니다.
이곳은 '탈북 래퍼'로서 'For the freedom(자유를 위해)'이라는 제목의 음반을 내놓은 강춘혁 씨의 발표회 현장입니다.
강춘혁: 제 분야가 노래와 미술 등 예술입니다. 제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북한에서 살다 온 주민으로서 그곳의 현실 고발을 하기 위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날 발표된 곡에는 강제북송, 부모와의 생이별, 수감 시설에서의 인권유린 등 강 씨의 경험담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노래 가사가 내 개인의 경험이기도 하지만 모든 북한 주민들도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강 씨는 말합니다.
강 씨와 관객들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14년 '쇼미더머니'라는 텔레비전 방송에 강 씨는 출연한 바 있습니다. 이 방송은 한국의 래퍼, 힙합 가수들이 모여 경연을 벌이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강 씨는 "지난 2014년 '쇼미더머니'에서 탈락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했다"면서 "이번에 내놓은 곡으로 북한의 실상과 관련한 못다 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힙니다.
당시 북한의 독재정권을 신랄하게 비판한 강 씨는 '탈북 래퍼'로 주목받았지만 대회 초반 탈락했습니다. 강 씨는 이 순간이 "매우 안타까웠다"고 말합니다. "방송의 경연대회에서 탈락한 이후에도 음악으로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 싶다는 마음은 계속 가지고 있었다"고 강 씨는 덧붙였습니다.
강 씨는 "음악 같은 예술을 활용하면 북한인권과 같은 딱딱한 주제도 사람들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음악이나 미술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 싶다"고 밝힙니다.
함경북도 온성군 출신인 강춘혁 씨는 1998년 가족과 함께 탈북했습니다. 3년여를 중국에서 숨어지내다가 2001년 한국으로 입국한 강 씨는 한국의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현재는 미술작품과 음악으로 북한인권의 실태를 알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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