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고위직 감시 30분단위로 이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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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높은 직위의 인사들일수록 북한 당국의 감시가 심하다"는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의 발언이 최근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북한 고위 간부들에 대한 감시는 태 전 공사가 밝힌 것보다 그 강도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고위직 인사들은 도청과 감청, 미행 등 당국 차원의 고강도 감시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태산 전 체코주재 북한 무역회사 사장은 "부장이나 총리 등 장관 급 이상의 고위직이 외부활동을 하면 30분 간격으로 중앙당에 보고된다"고 22일 밝혔습니다. 국가안전보위부 출신의 탈북자도 "총리급 이상 인사들의 하루 일정은 시시각각 중앙당 조직지도부로 보고된다"고 말했습니다.

김태산 전 체코주재 북한무역회사 사장: 고위직 인사가 외부 지도사업을 나가면 1시간 단위로 보고가 됩니다. 총리나 부총리급에 대한 감시내용은 지방당, 국가안전보위부, 인민보안성, 3대혁명소조 등 네 개 단위에서 30분 단위로 보고합니다.

누구와 어디서 만났는지, 만난 사람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등 고위 인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당국이 감시한다는 겁니다.

보위부 출신 탈북자에 따르면 북한 당국의 감시는 '교차검증'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북한 고위 인사가 일과에 앞서 상부에 보고한 하루 계획과 이 고위 인사를 감시한 보위부원의 보고서를 대조해본다는 겁니다.

이 탈북자는 "보위부가 올린 내용과 고위 간부의 보고가 서로 다르면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이런 상황을 대비해 담당 보위부원에게 뒷돈을 주고 보위부원의 보고 내용과 자신이 제출한 일정보고를 맞춘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연대급 이상 군부대를 통솔하는 지휘관들에 대한 상시 감시도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보위부 출신의 탈북자는 "연대장 이상의 군 간부들은 100% 감청을 당한다고 보면된다"면서 "군 인력을 통솔하는 인사들에 대해서는 특별히 더 신경을 쓴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북한 당국이 모든 고위직 인사들을 감시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도 있습니다. "보위부 등의 기관이 요시찰 인물을 선정하면 고강도 감시가 이뤄진다"는 겁니다. 이런 경우 "해당 인사의 집에 보위부 요원이 전화 수리공인 척 찾아가서 도청, 감청장치를 설치한다"고 합니다.

한편 이철우 국회 정보위원장은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와의 비공개 간담회 내용을 지난 19일 공개했습니다. 태 전 공사는 이 위원장 등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에서는 직위가 올라갈수록 자택 내 감시가 심해진다"며 "도청이 일상화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남측 국가정보원의 조사를 받은 태 전 공사는 오는 23일 사회로 나올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