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설 '동백꽃'이 있습니다. 탈북 대학생들이 지난 4일 소설 동백꽃의 작가 김유정의 생가를 찾아 작품 세계를 돌아보는 문학기행을 했습니다. 이들의 문학기행을 노재완 기자가 함께했습니다.
작가 김유정의 고향이자 그의 작품의 무대이기도 한 춘천의 실레마을.
'실레'란 떡을 찌는 '시루'의 춘천 방언입니다.
금병산 자락에 둘러싸인 마을의 모양이 '옴팡한 떡시루'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단편 문학 작가 김유정 선생의 사상과 문학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 2002년 8월 이 마을 전체를 문학촌으로 조성했습니다.
유인순(김유정문학 전문가): 김유정 작품 31편 가운데 12개 작품이 이곳 실레마을을 배경으로, 그리고 마을 주민을 주인공으로 해서 소설이 쓰인 겁니다. 그러니까 실화를 재미있게 소설로 꾸민 거죠.
실제로 소설 '동백꽃'에서 점순이가 총각에게 수작걸던 동백숲길, '산골나그네'에 등장하는 주막터, '봄봄'에서 데릴사위가 장인을 드잡이하던 봉필영감의 집터 등 마을 전체가 작품의 소재이자 무대가 됐습니다.
탈북 대학생들은 특히 작품 속에 나오는 인물의 조각상을 주의 깊게 살펴봤습니다.
김성희(가명 서강대 2학년): 몇 주간에 걸쳐 김유정 소설 봄봄이랑 동백꽃을 읽었는데요. 이곳에 오니까 김유정의 문학 세계를 더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1908년에 태어난 작가 김유정은 불과 스물아홉 살의 나이에 폐결핵으로 생을 마감합니다.
그는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작품 활동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비록 짧은 생애를 살았지만, 그의 문학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정재홍(김유정문학촌 해설사): 이분이 말더듬이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음성 언어보다는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문자 언어로서 기록을 남기게 됩니다. 그래서 그렇게 밤새워 글을 썼던 겁니다.
지난 4일 춘천 김유정문학촌을 방문한 11명의 탈북 대학생들.
이번 김유정문학촌 기행은 북한인권시민연합이 탈북 대학생들의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주기 위해 마련한 자리입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 최주리 간사: 한달에 한 번씩 책을 읽고, 또 오늘처럼 이렇게 인문학 기행도 하는데요. 때로는 기행 대신 독서토론도 하고 그렇습니다.
이번 기행에 참가한 탈북 대학생들은 "독서의 즐거움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시간이 되었다"며 기행의 기쁨을 나눴습니다.
연세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박은주(가명) 양은 "한국의 문학작품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며 특히 작가의 문학 세계를 체험했다는 것에 만족감을 표시했습니다.
박은주: 예를 들어 '동백꽃'의 닭이라든지 '봄봄'에 나오는 인물들이 입었던 의상들이 전시돼 있으니까 소설이 좀 더 생동감 있게 다가왔고요. 또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김유정 작가의 생애를 더 잘 이해하게 됐습니다.
한편 기행에 앞서 탈북 대학생들은 원고지 5매 분량의 소설 감상문을 작성하고 실레마을 입구에서 감상평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강원도 춘천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재완입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