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사선을 넘어온 탈북자들은 육체적인 질병 못지않게 정신적인 질병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의 정신건강은 남한 생활의 성공적인 정착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09년 한국에 입국해 강원도 춘천에서 사는 탈북여성 이정순 씨.
이 씨는 한국에 온 뒤 특별히 신체적으로 아픈 곳은 없었지만, 북에 두고 온 가족들 걱정 때문에 얼마 전까지 정신적으로 늘 불안했다고 합니다.
결국 병원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자신이 정신적 압박에 의한 원인으로 우울증 환자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정신과 치료와 함께 탈북자 지원단체의 도움으로 지금은 예전의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한국에 온 탈북자들의 상당수가 북한에서의 힘겨웠던 생활과 탈북 과정에서 생긴 마음의 상처 등으로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을 겪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탈북자에 대한 남한 의료계의 관심도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를 반영한 듯 5일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에서는 탈북자 의료 실태와 대처방안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최보선 하나원 원장: 탈북민을 위한 의료서비스는 이들이 믿고 찾아갈 수 있는 친화적 병원의 확보 외에도 의사소통, 진료비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탈북자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 어떤 식으로 협력할지에 대한 논의도 있었습니다.
탈북자 지원단체 새조위의 신미녀 대표는 "탈북자들에게는 새로운 환경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시켜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를 위한 첫 단계가 마음의 치유"라고 말했습니다.
신미녀: 어느 날부터 우리가 '힐링' '힐링' 말하고 있지 않습니까. '힐링'이 뭐냐 하면은 바로 마음의 치료입니다. 정신이거든요. 그래서 지금 전 세계적으로 힐링 열풍이 부는 겁니다. 결국 신체 인 건강보다는 마음 다스림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겠죠.
탈북자들의 경우 정신과 진료에 대한 거부감이 커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진단도 제기됐습니다.
탈북자들에게 정신과 치료를 권고하면 북한에서의 '49호 병원'을 연상해 거부감을 갖는다는 겁니다.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장: 외상후스트레스는 심리적으로 큰 충격적인 일이나 공포스러운 경험을 하게 되면 이후에 후유증으로 오는 정신 장애인데요.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만성적으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2006년에 탈북자진료센터를 개소한 이후 매년 진료 지원 건수가 꾸준히 증가하여 현재까지 누적 진료 건수가 약 5만여 건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그 중 우울증 질환이 전체 7위를 차지할 정도로 정신건강 관리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통일부의 최근 자료에도 탈북자의 정신건강은 남한 생활의 성공적인 정착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탈북자 정착교육기관인 하나원 개원 14주년을 맞아 열린 것으로 통일부와 새조위, 그리고 국립중앙의료원 등이 공동으로 주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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