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로 남북 화합 이룰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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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도발에 이어 최근 북한의 괌 포위사격 위협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은 "남북간의 대치 상황에서도 교류할 수 있는 게 체육활동"이라며 "올해 가을 평양에서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노재완 기자가 김경성 이사장을 만나봤습니다.

"대화정책의 첫 번째 시도가 스포츠 교류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경성 이사장을 만난 것은 지난 8월 10일.

경기도 고양시 백석동에 있는 남북체육교류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김 이사장은 최근 한반도 정세를 둘러싸고 북한과 미국이 대립각을 세우고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 했습니다.

그는 또 지난 7월 문재인 대통령이 베를린에서 밝힌 '한반도 평화구상'의 후속조치로 남한 정부가 군사실무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제안한 것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군사실무회담과 적십자회담은 북한이 호응하기 어려운 제안이었다는 겁니다. "차라리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돕기 위한 체육회담을 제의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김 이사장은 말했습니다.

김경성 이사장: 2015년 8월 우리 접경지역에서 북한의 지뢰 도발로 우리 부사관이 중상을 당했어요. 그리고 군사분계선 부근에서 포격전이 있었죠. 대북 확성기 방송 문제로 말입니다. 북한에서는 준전시상태까지 선포했는데요. 이처럼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때도 저희는 평양에서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를 개최했습니다.

10년 넘게 남북체육교류를 위해 동분서주했던 김 이사장은 "일부에서는 아직도 정치의 연장으로 체육을 생각하는 것 같다"며 "체육은 정치를 배제해야 하며 자율성과 중립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독일의 경험에 따르면 자율성이 보장됐을 때 체육활동이 민족의 화합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김 이사장은 강조합니다.

김경성 이사장: 대북정책에 있어 현재 우리 정부는 압박과 제재와 더불어 대화를 병행하겠다는 건데요. 그중 압박과 제재는 정치권이 해결할 문제이고 대화는 우리 같은 남북체육교류협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또 "체육교류는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속적이고 지속 가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특히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그 계기가 되길 희망했습니다.

김경성 이사장: 현재 강원도지사는 저를 통일 특보로 임명하고 평창 동계올림픽의 북한 참가와 협력을 유도하고 있는데요. 그러니까 강원도와 남북체육교류협회가 공동으로 이 일을 맡고 있는 거죠.

남북체육교류협회는 지난 2006년 5월 북한의 4.25체육단과 최초로 민간부문에서 '남북체육교류계약서'를 체결한 바 있습니다.

계약 내용에 따르면 북한 측 4.25체육단은 매년 2회 남한 축구팀을 평양에서 개최하는 축구대회에 초청하고 남한 측의 남북체육교류협회가 주최하는 남측 축구대회에도 매년 2회 참가하게 돼 있습니다.

김경성 이사장: 남북체육교류협회가 추진하는 남북스포츠 정기전이 과거 정부 시절에도 이미 16차례나 진행됐는데요. 체육교류계약서에 따라 앞으로도 계속 추진될 것입니다.

특히 2007년 3월에는 한국 정부 수립 최초로 북한 청소년축구단이 전지훈련 목적으로 1개월 간 남한 지역에 체류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남북체육교류협회와 4.25체육단은 2015년 12월 두 번째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두 번째 계약은 기존에 약속했던 축구 말고도 마라톤, 탁구, 양궁 등으로 종목을 확대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북한의 5차 핵실험이 발생하면서 아직 첫발을 내딛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 이사장은 "지금 한반도가 처한 어려운 환경이 오히려 체육교류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며 "올해 가을에 예정된 평양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만큼은 꼭 개최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재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