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보다 생사확인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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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한 정부의 적십자 실무접촉 제안을 북한이 수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북에 가족을 두고 온 남한의 실향민들은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습니다. 알아본 결과 이들은 상봉 행사보다는 전면적 생사확인을 더 원했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북 철산 출신인 박성덕 평안북도중앙도민회장.

박 회장은 6.25전쟁 때 북에 여동생 하나를 두고 내려왔습니다.

올해로 여든여덟 살인 박 회장은 그동안 여동생을 만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아직 만남은 물론 생사확인조차 못 했습니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박 회장은 회견 내내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박성덕: 그리움은 다 잊어버렸습니다. 통일이 아니더라도 남북이 교류돼 갈 수만 있다면 마지막으로 고향 땅 한번 밟고 싶습니다. 가지 않으면 부모님께 불효가 되니까요..

이산가족 상봉 얘기가 나오면서 이북 실향민들은 다시 기대감에 부풀어 있습니다.

이산가족을 대변하는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는 19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모든 이산가족에 대한 생사확인을 요구하면서 상봉 인원도 대폭 늘려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상철 일천만이산가족위원회 위원장: (북한이) 정말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해소하고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면 생사확인부터 해줘야 하고요. 그리고 상봉 행사도 대규모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산가족 문제는 인도적 사안인 만큼 남북 간의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정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이들의 기본적인 입장입니다.

이산가족 상봉은 1985년 고향방문단 교환 이후 2010년 10월까지 모두 18차례 이뤄졌습니다.

이상철 위원장: 이산가족 상봉은 재결합이 전제돼야 하는데, 순간적인 면회에 그치기 때문에 상봉 행사를 가진 1,800명 가족도 많은 상실감에 오히려 더 빨리 돌아가셨습니다.

현재 한국 정부에 공식 등록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는 12만 8천여 명.

이 가운데 생존자는 7만 2천여 명으로 이마저도 대부분 80대 이상 고령자들입니다.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는 이들에게는 지나가는 1분 1초가 그저 아쉽기만 합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재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