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연기로 실망과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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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일방적인 통보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만남을 손꼽아 기다리던 남한의 이산가족들은 당혹감과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측의 이산가족들은 지난 21일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상봉 행사가 연기됐다는 소식을 전달받았습니다.

이산가족들은 갑작스러운 연기 소식에 안타까움과 분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실향민을 대변하는 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는 "북한 당국의 일방적인 연기로 이산가족들의 가슴에 크나큰 상처를 남겼다"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동윤 이북도민회중앙연합회 부장: 이번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북한의 일방적인 연기로 인해서 못하게 됐는데요. 이북도민회 소속 실향민들에게는 크나큰 아픔을 주었고, 이분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저희는 규탄하고 있습니다.

대한적십자사는 "이번에 확정된 남측 이산가족 상봉단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상봉이 재개될 경우 사정상 불가능한 방문자에 대한 변동만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남측의 통일부는 23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일방적으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연기한 것을 거듭 비판하면서 상봉 행사에 조속히 응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 이러한 북한의 일방적인 이산가족 상봉행사 연기는 그 어떤 설명이나 변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산가족들에게 큰 실망과 아픔을 주었다는 차원에서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의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북측은 "남측 정부의 대북 원칙론이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아가는 원인이 됐다"며 비난 공세를 이어갔습니다.

조선중앙TV: 책임을 회피하고 우리에 대한 반감과 악의를 선동해 북남관계 개선의 흐름을 차단하려는 반민족적 기도의 발로다.

앞서 상봉 준비를 위해 금강산에 가 있던 남측의 선발대 75명은 22일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전원 철수했습니다.

이에 따라 최근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던 남북관계도 다시 경색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입니다.

특히 북측의 일방적인 통보에 대해 남측도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로 유감을 표시하면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재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