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서 영상장비 ‘노트텔’ 인기 상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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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북한에 널리 보급된 영상 재생기는 '노트텔'로 불리는 중국산 EVD 플레이어입니다. 노트텔은 단속 감시망을 피해 한국의 영화나 연속극, 음악 등을 손쉽게 접할 수 있어서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 중 일부] "뭐하나만 물어봅시다? 태산이 좋아하죠?"

방금 들으신 내용은 지난해 한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텔레비전 연속극 '신사의 품격' 중 한 대목입니다.

이 연속극은 사랑과 이별, 성공과 좌절을 경험하고 세상 어떤 일에도 미혹되지 않는 불혹을 넘긴 중년 남자 4명을 그린 얘깁니다.

이 연속극은 최근 북한에서도 꽤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연속극의 인기로 출연 배우 장동건의 인기도 함께 높아졌습니다.

한국 연속극의 확산 속도와 범위는 매우 광범위합니다.

북한 당국의 통제와 단속 속에서도 남한 연속극이 이처럼 빠르게 확산되는 것은 최근 널리 보급된 중국산 영상장비 때문이란 주장이 나왔습니다.

북한에서는 이 중국산 영상장비를 '노트텔'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노트텔이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일단 다른 재생기와 비교해서 가격이 싸고, 알판(CD)은 물론 메모리장치인 USB도 직접 재생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입니다.

더구나 노트텔에는 전자오락 단자가 내장돼 있어 전자오락도 손쉽게 할 수 있습니다.

노트텔에 대한 이러한 인기는 지난 7월부터 9월 사이 중국에 나온 북한 주민 25명이 직접 말해준 겁니다.

평양을 비롯하여 각기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 25명은 북한에서 한국 영상물을 시청하였으며, 일부는 한국 영상매체를 직접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직접 만나 조사한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22일 북한전략센터가 주최한 학술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히고 북한의 외부정보 유입 실태를 소개했습니다.

강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북한에서 노트텔의 확산은 2005년부터 시작됐으며, 노트텔의 등장은 메모리장치인 USB를 확산하는 데도 일조했습니다.

USB는 특히 휴대하기가 편해 한국 영화를 볼 때 북한 당국의 검열을 피하는 데 쉽다고 강 교수는 말합니다.

강동완: 북한 사람들이 노트텔에 USB를 꽂고 한국 영상물을 볼 때는 보통 북한 영화가 담긴 CD를 먼저 넣고 단속이 나오면 USB만 빼서 숨깁니다.

강 교수는 또한 최근 북한에서 한국 영상물 시청과 판매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기존의 109상무조 대신 7.27그루빠가 등장했다고 전했습니다.

강동완: 과거에는 단속되면 뇌물을 고이고 풀려나거나 봐주는 경우가 있었는데, 7.27그루파가 나오면서 봐주는 일이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처음에는 겁을 먹었다고 합니다.

7.27그루빠가 등장한 이후 109상무조의 권한도 상당히 약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강 교수는 7.27그루빠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게 된 배경으로 7.27이 109를 검열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군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재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