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에서는 13만여 명의 이산가족이 북쪽 가족을 만나기 위해 상봉 신청을 해 놓은 상태지만 이미 절반이 넘게 사망했습니다. 그래서 2년 전부터 한국 정부가 이산가족들의 유전자를 채집해서 자료화하는 작업을 시작했는데요. 이들의 유전자 검체는 통일 이후까지 영구 보관된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한국 정부에 등록된 이산가족 생존자 가운데 70대 이상의 고령층이 전체의 80%가 넘습니다. 수명을 고려해보면 이들이 가족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1998년 처음으로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받았는데 올해를 기점으로 사망자가 생존자보다 많아졌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현황과 특징'에 따르면 올해 2월 50.4%던 사망자 비율은 넉 달 만인 6월 51.3%로 증가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이산가족 1세대는 10년 안에 거의 다 세상을 떠날 것입니다.
심구섭 남북이산가족협회 회장: 현재 80세도 북한의 가족관계를 잘 모릅니다. 이들은 6.25전쟁 때 15세 정도였는데 앞으로 5년만 있으면 그 연령은 더 낮아집니다. 또 지금까지는 이산가족 문제가 대통령 선거 공약으로 나오고 그랬지만 앞으로 몇 년만 지나면 이산가족 문제는 논의에서도 제외될 것입니다.
이산가족들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자신의 존재를 남겨 훗날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알리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가 2년 전부터 이산가족 유전자 검사와 자료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억에만 의지해 가족을 찾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산가족 당사자가 사망한 뒤 혈연관계를 확인하거나 증명해야 할 경우 유전자가 이 문제를 대신 해결해 줄 수 있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 이산가족 유전자검사 사업은 향후 남북 이산가족이 교류할 경우 가족관계 확인 등을 위한 교류준비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유전자 검사를 희망하는 이산가족은 대한적십자사로 문의하면 됩니다. 대한적십자는 유전자 검사 전문업체를 통해 희망자 가정을 직접 방문해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정재은 대한적십자사 과장: (유전자 검사를 위해서는) 일단은 정부에 이산가족 신청이 돼 있어야 하고요. 혹시 안 돼 있더라도 새로 이산가족 신청을 하면 유전자 검사를 받으실 수 있습니다. 유전자 검체를 보관하는 일은 통일부가 합니다.
유전자 검사는 아주 간단합니다. 면봉처럼 생긴 키트의 윗부분을 몇 초 동안 입 안에 넣고 키트에 침을 잔뜩 묻히면 첫 번째 과정은 통과.
이어 모발과 혈액 채취인데 핀셋으로 모근이 붙어 있는 여섯 가닥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뽑고 사혈침으로 혈액을 채취하면 모든 과정이 끝납니다.
실제로 유전자 시료를 채취하는 데엔 10분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유전자 시료는 최소 20년 이상 거의 영구적으로 보관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소 측의 설명입니다.
황춘홍 다우진유전자연구소 대표: 사후에라도 가족관계 확인을 위해서 혈액, 머리카락, 구강 상피세포가 초저온냉동고에서 -80도씨에서 보관되고 있습니다.
유전자 검사를 희망한 이산가족이 사망할 경우를 대비해 자식이 대신 검사를 받아서 보관하기도 합니다. 통일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4년과 2015년 각각 1천200여 명, 1만200여 명의 이산가족이 유전자 검사를 받았습니다.
이산가족의 유전자 검사와 보관 작업은 이산가족의 급격한 고령화를 감안할 때 하루라도 빨리 서둘러야 합니다. 간절한 마음에 유전자 검사를 했지만 한 편으로는 마음이 무겁습니다.
심구섭 남북이산가족협회 회장: 5년 또는 10년 후 통일이 돼야 유전자 검사의 의미가 있고 효력이 있지. 그 이후로 가면 후세대들이 선대의 가족을 찾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할지는 솔직히 의문입니다.
지금까지 유전자 검사를 신청한 이산가족은 총 2만 6천여 명.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통일부는 올해 말까지 1만여 명을 목표로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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