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지난달 초 김일성경기장을 새롭게 단장했는데요. 지난해 열린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국제축구연맹으로부터 지적을 받은 뒤 본격적으로 경기장 개보수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세한 소식,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북한이 김일성경기장 보수 공사를 마치고 지난 10월 9일 새롭게 선보였습니다. 북한 매체는 "4만 석의 관람석과 새로운 인조잔디, 국제축구연맹(FIFA) 사무실 등의 현대적인 체육 시설이 잘 갖춰졌다"고 선전했습니다.
북한이 이번에 김일성경기장을 새롭게 단장한 데는 지난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의 영향이 컸습니다. 지난해 6월 김일성경기장에서 펼쳐졌던 북한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에서 우즈베키스탄이 북한에 4대 2로 크게 패했습니다. 당시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은 패배의 원인을 경기장 탓으로 돌렸습니다.
북한 체육에 밝은 한 대북소식통은 "당시 평양에 원정 온 우즈베키스탄 선수단이 경기장 시설이 너무 열악해 FIFA 측에 강하게 항의했다"며 "국제축구연맹인 FIFA도 이를 확인한 뒤 북한 측에 경기장 개보수를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김일성경기장의 잔디 상태는 엉망이었습니다. 잔디라기보다는 맨땅에 가까웠습니다. 중계화면을 보면 경기장에 익숙한 북한 선수들과 달리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은 돌파 속도나 공을 전달하는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은 "김일성경기장 처럼 인공잔디로 조성된 축구장에선 외국 선수들이 시합에 나서는 것을 꺼린다"고 말했습니다.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 보통 인조잔디에는 칩이 있습니다. 칩을 끼워 넣고 중간 중간에 기계로 잔디를 일으켜야 쿠션과 탄력이 있는데 김일성경기장은 오랫동안 개보수를 하지 않아 딱딱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이런 경기장에 적응되지 않은 다른 나라 선수들은 경기력이 망가지겠죠. 그런 부분에서 외국 선수들이 불만이 많았습니다.
북한은 최근 들어 축구에 대한 재정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유럽식 프로축구단 운영을 목표로 아시아축구연맹과도 협의 중입니다.
아시아축구연맹은 지난달 25일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북한의 AFC컵 참가를 위해 내년부터 자국에서 3부리그로 운영되는 클럽 체계를 꾸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축구를 통해 체육 강국의 이미지를 높이고 체제 결속력을 보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조선중앙TV: 우리 남자 축구 선수들이 오늘 경기에서도 높은 정신력과 기술, 완강한 투지로 연속적인 통쾌한 점수를 펼쳐 보인 자랑스러운 승리는 우리 당의 체육 강국 건설의 위상을 받들고 온 나라의 체육 열풍을 세차게 일으켜 나가고 있는 온 나라 군대와 인민에게 커다란 기쁨을 안겨주었습니다.
북한에서 축구 선수로 활동했던 탈북자 오영호(가명) 씨는 "북한이 프로리그 운영과 AFC컵 출전을 준비한다면 김일성경기장을 현대화 하는 게 맞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오 씨는 "프로의 개념조차 모르는 북한이 프로리그를 제대로 운영할지는 의문시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국제축구연맹인 FIFA는 그동안 저개발국을 대상으로 축구장 개보수 비용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FIFA는 2001년 김일성경기장의 인조잔디 교체비 45만 달러 지원을 시작으로 지난 15년 동안 약 200만 달러를 북한에 지원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김일성경기장 개보수 역시 FIFA가 일정 부분 지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김경성 이사장은 말합니다.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 FIFA는 세계 축구의 균형 발전을 첫 번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스포츠는 평화의 상징이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약소국가의 축구 지원 제도는 FIFA뿐만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의 대한축구협회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엔의 대북제재 속에서 지원금을 북한에 송금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국제금융망을 통해 북한축구연맹에 송금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AFP 통신은 지난 16일 "지난 3월 FIFA가 북한의 축구발전계획을 위한 170만 달러 지급을 보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라 FIFA가 지원금을 북한에 직접 보내지 않고 FIFA와 거래하는 외국의 회사와 기관을 통해 보냈을 것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