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소치 올림픽 매일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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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동계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한 북한이 경기 장면을 매일 방송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개인적인 관심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조선중앙TV의 동계 올림픽 중계는 개막 이튿날부터 시작됐습니다. 9일부터 15일까지 매일 20~30분씩 경기 장면을 녹화 중계한 겁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16일은 관련 행사 보도와 특집방송을 내보내느라 올림픽 중계를 하지 않았습니다.

동계 올림픽 중계 방송에선 김연아 등 남측 대표선수들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북측 선수는 출전도 하지 못한 동계 올림픽을 관영 매체가 방송하는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김정은 제1비서의 개인적 관심사를 반영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습니다. 김 비서는 스위스 유학시절 스키를 즐겨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성문정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정책개발실장: 김정은이 정권을 장악한 이후 각종 야외 빙상장을 비롯해서 마식령 스키장까지 시설들을 구축하고 대외적 이미지를 구축해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ABU가 방송을 지원해주고, 북한은 시간만 할애하면 방송할 수 있는 내외적 구조를 다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소치 올림픽과 관련된 방송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경제적 여건상 북측은 소치 올림픽 중계권을 사지 못했지만, ABU(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이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협의를 통해 올림픽을 방송할 수 있도록 허용했습니다. 공짜로 방송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이른바 최고 지도자의 관심사인 동계 올림픽 경기를 중계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는 겁니다.

또한 소치 올림픽 녹화중계는 북한을 '체육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김정은 제1비서의 희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북측은 과거 역도나 레슬링, 축구 등 비용이 적게 드는 종목을 육성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상대적으로 돈이 많이 드는 동계 종목에도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야외빙상장이 북한 전역에 들어섰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강원도 마식령에 대규모 스키장을 완공하기도 했습니다.

2012년 11월 당정군의 고위급을 망라해 국가체육지도위원회를 발족한 이후 나타난 현상입니다.

비록 이번에는 선수를 한 명도 출전시키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동계 올림픽에서도 성과를 내보겠다는 북측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17일 현재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는 독일이 금메달 7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로 1위를 달리고 있고, 네덜란드와 노르웨이, 그리고 스위스가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한국은 금, 은, 동메달을 각 하나씩 따내 종합순위 17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성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