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산불 방지 협력 조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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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측에서 시작된 큰 불이 비무장지대까지 번져 남측 군 당국이 진화에 나섰습니다. 남북문제 전문가들은 산불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협력 조치를 남한과 북한이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합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23일 오전 한반도 서쪽 군사분계선(MDL) 북쪽에서 시작된 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내려가 남측의 파주시 도라산전망대 위쪽 비무장지대(DMZ)로까지 번졌습니다.

남측 군 관계자는 "불이 처음 관측된 것은 오전 11시 30분께이며 북한군 숙영지 주변 텃밭에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남측은 직승기(헬기) 7대와 소방차 11대, 그리고 소방대원 50여명 등을 동원했지만, 비무장지대의 특성과 강한 바람 때문에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비무장지대에는 불이 나더라도 정전협정에 따라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소방을 위해 직승기를 띄울 수 있습니다. 직승기를 동원하더라도 군사분계선 남쪽에서만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곳곳에 지뢰밭이 있기 때문에 소방관의 활동도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남측은 불이 남방한계선까지 접근하길 기다려 진화하거나, 아니면 진화를 포기하고 자연적으로 꺼지길 기다리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남북 접경지역에서 발생하는 불은 하루만에 진화되는 경우가 드뭅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강원도 철원군 비무장지대에서 발생한 산불은 나흘 만에 꺼졌습니다. 2005년 4월에는 산불이 강풍을 타고 남하하면서 이틀 만에 남측의 강원도 고성군 민가까지 내려가 마을주민이 대피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남북 간 산불 방지를 위한 협력 조치가 구체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강승규 고려대 교수: DMZ는 우리가 보존할 가치도 있고요. 또 민통선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생명도 중요하기 때문에 남북 간 실질적인 협력 조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남북한 군사당국은 지난 2001년 비무장지대 희귀 생태계 보전을 위해 긴박하고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불을 놓지 않기로 합의한 이후 화재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매년 평균 10여 건의 산불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측에서 발생하는 불은 자연발화로 추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군부대 주변에 경작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또는 시계를 확보하기 위한 군사작전의 일환으로 놓은 불이 커지는 상황도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