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고위층 망명, 체제불안 요인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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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고위층 인사 10여명이 최근 망명했다는 보도가 있었죠. 망명 사례가 굉장히 구체적인데요. 그런데 한국 정부는 확인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간부들이 김정은 제1위원장의 이른바 '공포정치' 때문에 동요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가 연일 나오고 있습니다.

남한의 어느 일간지는 6일 최근 탈북한 '노동당 고위급 인사'를 인용해 북한의 최룡해 당 비서도 지난해 4월말 한 달 넘게 감금됐었고 심지어는 처형당할 뻔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주에는 해외에 나가 있던 북측 고위급 인사 10여명이 망명했고 이들 중 일부는 이미 한국으로 들어왔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누가 망명했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남한의 어느 언론사는 아예 실명을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2000년 남북 국방장관 회담에 북측 차석대표로 참석했던 박승원 인민군 상장이 러시아를 통해 남한으로 들어왔다는 겁니다.

하지만 남한 정부는 망명 관련 보도에 대한 확인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 사실은 정보사항이기 때문에 공개된 자리에서 말씀 드리기가 어렵다는 점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정작 정보사항을 다루는 국가정보원 측은 관련 보도에 대해 "확인되지 않았다", '사실과 다르다', 또는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연합뉴스는 보도했습니다.

이를 놓고 남측 정부의 어느 관계자는 "정보 기관이라면 이게 맞다고 해도 아니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다른 망명 요청자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들 중에 인민군 상장이 끼어 있다면 신변 보호 차원에서라도 신원을 확인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한편, 확인 여부와 관계없이 사람들의 관심사는 "연이은 망명"이 북한의 체제 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냐는 데 모아지고 있습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최근 보도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체제 불안 요인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합니다. "몇 가지 사례를 갖고 체제 불안정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는 겁니다.

북한은 여전히 '수령론'과 '혁명가계론'에 바탕한 통치 체제가 잘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최근 보도된 "연이은 망명"이 주목할 현상이기는 하지만 체제 불안 요인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겁니다.

차두현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 고위급 인사의 망명이 진짜 체제불안 요인으로 이어지려면 이 사람들이 '과거의 권력'이 아니라 '현재의 권력' 안에 있으면서도 뛰쳐나올 때인 거죠.

다시 말해, 최룡해 비서나 박봉주 내각 총리 본인이, 또는 그들의 친인척이 한국으로 망명한다면 이는 심각한 체제 불안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겠지만, 장성택 "여독 청산" 과정이나 지도부 세대교체 과정에서 밀려난 인사가 망명한 것이라면 이를 정권불안 요인으로 볼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차 박사는 과거에도 북측 고위급 인사의 망명이 있었지만 이것이 정권 불안정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면서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절인 1997년 한국으로 망명한 고 황장엽 노동당 비서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습니다.

다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요즘 북측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점은 "누가 봐도 사실"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2013년 장성택 당 행정부장 처형과 최근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처형은 북한 고위급 관료들 사이에서 공포 분위기를 만들기에 충분했다는 겁니다.

이 같은 공포 분위기 속에서 북한의 고위급 관료들은 '보신주의'와 함께 앞에서는 복종하지만 속으로는 다른 마음을 먹는 '면종복배'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고 국정원은 밝힌 바 있습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관료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한 고위급 인사의 망명은 이어질 것이고, 그럴 때마다 이게 체제 불안 요인인지 여부를 점검하는 언론 보도도 뒤따를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