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길재 “통일문제 인식 전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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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의 통일부가 최근 들어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부쩍 자주 하고 있습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20일 국제학술회의 기조연설에서 "통일에 대한 과거의 접근 방식을 극복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연일 통일 문제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통일부와 아산정책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한반도국제포럼 2013' 학술회의에서 류 장관은 남북이 제도적으로 하나가 되는 통일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양측이 마음의 통일을 이루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 통일은 사람과 사람의 통합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따라서 마음의 통합이 중요하며, 이를 위한 준비에 나서고자 합니다. 문화적 접근, 사람의 통합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함으로써 남북이 진정으로 하나가 되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고자 합니다.

지난 18일에도 류 장관은 서울에 있는 어느 대학에서 열린 특강에서 "만약 필요하다면 '통일'이라는 말도 쓰지 말아야 한다"면서 통일 문제에 대한 인식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 같은 발언은 통일부가 최근 평화통일 기반구축을 위한 상무조(태스크 포스)를 꾸린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나왔습니다. 통일부 직원들로 구성된 상무조는 지난 14일 고(故) 황장엽 전 로동당 비서가 거주하던 서울 강남에 있는 안가에서 비공개 토론회를 열기도 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최근 들어 류 장관이 통일을 부쩍 강조하는 이유는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와 무관하지 않다고 통일부 관계자는 말합니다.

이른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통해 지속가능한 평화를 만들어 군사적 대결을 완화하고, 경제와 문화 공동체 건설을 통한 '작은 통일'을 먼저 이룬 다음 정치 통합을 통한 '큰 통일'로 나아가겠다는 게 박근혜 정부가 추구하는 한반도 통합의 큰 그림이라는 설명입니다.

통일의 형식도 틀에 박혀있지 않습니다. 과거처럼 국경선을 트고 제도적으로 통합하는 식의 통일이 목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류길재 장관은 이날 학술 토론회에서 "지금 시대의 통일은 굉장히 다양한 모습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면서 "그 형태와 유형이 무엇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을 이뤄나가는 과정과 노력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류 장관이 제기하는 통일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은 아직은 개념 정립 단계에 머물고 있습니다. 류 장관도 이날 통일과 관련한 자신의 발언이 "좀 추상적"이라고 인정하면서, 인식의 전환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좀 더 발전시켜 나가자"고 제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