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요즘들어 북한에서는 빨치산 2세대로 분류되는 인물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많아졌습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믿을만한 인물은 빨치산 2세대뿐이기 때문이라고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3일 보도된 인민군 '연합 협동' 훈련 참관을 포함해 김정은 제1비서의 군 관련 현지지도를 최근들어 빠짐없이 동행하고 있는 인물이 있습니다. 오일정 로동당 부장이 그 주인공입니다.
특히 김 비서가 40일간의 칩거를 깨고 지난달 14일 공개활동을 재개한 이후부터 오 부장의 활동이 크게 늘어났다는 게 북측 주요 인사들의 활동을 분석하는 정보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오일정은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입니다. 오진우는 김일성 주석과 함께 이른바 '항일 빨치산' 활동을 했던 인물입니다. 이른바 '혁명 1세대'의 자식인 오일정이 대를 이어 김일성의 손자에게 충성하고 있는 셈입니다.
'빨치산' 1세대의 자식이 요직을 차지한 경우는 더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김정은의 특사로 최근 러시아를 다녀온 최룡해 당 비서는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이고, 오금철 군 총참모부 부총참모장은 오백룡 전 조선인민혁명군 지휘관의 아들입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혁명 2세대'를 중용하는 이유는 "믿을 수 있는 인물이 주변에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북한 지도부를 집중 연구해온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설명합니다. 특히 지난해 고모부인 장성택을 숙청한 후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친인척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빨치산' 후손에게 기댈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빨치산 2세대 출신의 대표적 인물이 최룡해, 오일정, 오금철 등입니다. 김정은이 빨치산 2세대 출신의 인물을 발탁해서 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북측은 지난 24일 오진우를 원형으로 삼은 영화 '백옥' 1부를 방영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09년에 2부작으로 제작한 이 영화를 지금 다시 상영하는 것은 오진우 띄우기를 통해 그의 아들인 오일정을 부각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북한 지도부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평가합니다.
남한의 통일부가 발간한 '북한 인물정보'에 따르면 오일정은 한직으로 분류되는 당 민방위부장의 직책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오일정은 김정일 위원장의 이복동생인 김평일 주폴란드 대사와 남산고등중학교와 김일성대 동기동창이어서, 한때 이른바 '곁가지'의 측근으로 분류돼 출셋길이 막힌 인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체제 하에서 '빨치산 2세대'에 대한 정치적 수요가 높아지자 오일정의 위상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그가 맡고 있는 직책도 당 군사부장으로 격상된 것으로 보인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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