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측 김정은 제1비서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 중인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북한은 관련국들과 대화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대화를 통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중국 정부의 입장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태도로 해석됩니다.
서울에서 이예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방문 이틀째인 23일 최룡해 총정치국장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공산당 서열 5위인 류윈산(劉云山) 정치국 상무위원과 회담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최룡해는 "북한은 중국의 건의를 받아들여 관련국들과 대화에 나서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중국중앙TV가 보도했습니다.
최룡해가 말한 '관련국'은 북핵 6자회담 회원국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북핵 문제를 6자회담을 통해 풀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의장국인 6자회담은 2008년 이후 중단된 상태입니다.
최룡해는 또 "북한은 정력을 다해 경제를 발전시키고 민생을 개선하며 평화로운 외부 환경 조성을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북측의 이 같은 입장 변화는 3차 핵실험 이후 지난 2-3개월동안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 등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최고치로 끌어올린 가운데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국제사회의 비핵화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올해들어 북한은 핵 개발과 경제 발전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노선을 채택했기 때문입니다. 최룡해가 류윈산 정치국 상무위원과 회담하면서 북한의 핵 문제와 관련해 어떤 입장을 밝혔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반면에 류 상무위원은 최룡해에게 중국의 기존 한반도 정책 기조를 강조하면서 북한의 핵보유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전했습니다.
류 상무위원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는 것은 이 지역 각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며 "관련국들이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의 해결이라는 원칙을 견지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한 것으로 중국 언론은 보도했습니다.
한편, 최룡해는 김정은 제1비서가 자신을 중국에 특사로 파견한 것은 북중 관계를 개선, 발전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중 관계의 '개선'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북한 스스로 현재의 북중 관계가 냉각기에 있다는 점을 자인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22일 베이징에 도착해 중국의 대북 외교 핵심 담당자인 왕자루이(王家瑞) 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난 최룡해는 23일 낮에는 베이징 남쪽 외곽에 자리 잡은 베이징경제기술개발구를 방문했습니다.
최룡해가 평양으로 돌아가기 전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날 예정인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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