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85세 고령의 미국인 한국전 참전용사를 지난달 26일부터 3주 이상 억류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스웨덴 당국은 미국인의 북한 억류 사실을 알고 있으며 그에 대한 영사방문(consular visit)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스웨덴 외교부 관리는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메릴 뉴먼 씨로 밝혀진 미국인의 북한 억류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며 현재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관 측이 북한 당국에 이 미국인에 대한 영사방문을 신청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The Swedish Embassy is aware that an American citizen has been detained in North Korea. They are applying with the North Korean authorities for a consular visit to this citizen.)
따라서 북한 당국은 아직 스웨덴 측의 뉴먼 씨 면담을 허용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스웨덴 외교부 측은 더 구체적인 상황은 미국 국무부에 문의하라며 북한 당국이 스웨덴 측에 뉴먼 씨 억류 사실을 사전에 통보했는지 여부와 현재 뉴먼 씨의 건강 상태, 또 심장병 약품 전달 여부 등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습니다.
앞서 메릴 뉴먼 씨의 아들인 제프 뉴먼 씨는 CNN방송 등 미국 언론에 북한 내에서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스웨덴 측이 북한 당국에 심장질환이 있는 자신의 부친을 위한 심장약을 전달했지만 이 약이 부친에게까지 전달됐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0일에 이어 21일에도 사생활 보호법(Privacy Act)을 이유로 뉴먼 씨의 북한 억류 상황을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존 케리 국무장관은 21일 미국 NBC방송에 북한의 뉴먼 씨 억류는 우려를 자아내는 북한의 많은 선택들 중 하나(one of many "disturbing choices by North Koreans")라고 말했습니다.
방송에 따르면 케리 장관은 북한이 뉴먼 씨 외에도 다른 이들을 억류한 적이 있다면서 북한 당국에 뉴먼 씨를 석방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한중일 3국 순방에 나선 미국 국무부의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도 21일 베이징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뉴먼 씨를 직접 거론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케네스 배 씨를 포함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들의 석방을 위해 미국 측은 스웨덴 측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해 국무부가 뉴먼 씨의 석방을 위해 힘쓰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습니다.
데이비스 대표는 또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미국인의 북한 억류 문제가 핵심우려(core concern) 사안이라면서 북한 당국은 이러한 미국 측 입장에 대한 심각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국인들을 석방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과거와 다른 대미관계를 원한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의아스럽다는 게 데이비스 대표의 설명입니다.
또 북한 당국이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를 다시 초청하길 바라며 킹 특사는 미국인 억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무부 측은 로버트 킹 특사가 한국 방문 일정에 이어 20일과 21일 도쿄에서 일본 관리, 또 일본 인권단체들과 만나 유용하고 생산적인 논의를 가졌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북한을 방문할 계획은 없다고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Ambassador King has no plans at this time to travel to North Korea.)
그러면서 킹 특사가 미국 시간으로 21일 도쿄를 출발해 워싱턴 DC로 돌아올 예정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북한 당국이 왜 뉴먼 씨를 억류했는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뉴먼 씨의 아들은 미국 언론을 통해 부친이 북한 관광 일정 하루를 남긴 지난달 25일 북한 당국자와 만나 부친의 한국전 참전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고 소개하면서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놨습니다.
일각에서는 북한 당국이 케네스 배 씨와 함께 뉴먼 씨까지 미국인들을 인질로 잡고 대미협상의 지렛대로 이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트집을 잡길 원한다면 충분히 뉴먼 씨에게 간첩 혐의도 뒤집어씌울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또 일각에서는 북한 당국 입장에서 심장병이 있는 고령의 뉴먼 씨나 지병으로 입원해 있는 케네스 배 씨의 장기 억류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면서 미국 최대의 명절인 다음 주 추수감사절이나 다음 달 크리스마스 휴일을 맞아 전격적으로 이들을 모두 석방할 가능성도 없진 않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북한 김정은 새 정권의 인도주의적 측면을 대내외에 과시하고 북핵협상 재개와 대미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길 원할 수도 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과거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의 석방 교섭 경험이 있는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주 전 지사가 21일 북한 측 인사들과 뉴먼 씨 석방과 관련해 접촉하고 있다고 밝혀 그 결과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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