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격식이 북한의 인민무력부장에 임명됐습니다. 최근 북한 군부의 잦은 인사 교체에 특별한 배경이 있는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의 관영 언론은 29일 김정각 차수에서 김격식 대장으로 인민무력부장이 교체된 사실을 공식 확인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이날 북한의 항공절 기념행사를 보도하면서 김격식 대장을 인민무력부장으로 호명했습니다.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도 앞서 최근 김격식 대장이 북한의 새 인민무력부장에 임명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격식 신임 인민무력부장은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 당시 서해와 서부 전선을 총괄하는 4군단장이었고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한 계급 강등됐다가 최근 대장으로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근 충성심을 기준으로 군 수뇌부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김격식 대장이 선택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북한의 김정은 제1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방문해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심'을 특별히 강조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 당과 수령에게 충실하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군사가 다운 기질이 있고 작전 전술에 능하다고 해도 우리에겐 필요 없습니다. 역사적 경험은 당과 수령에게 충실하지 못한 군인은 혁명군대 군인으로서의 자기 사명을 다할 수 없으며 나중에는 혁명의 배신자로 굴러 떨어지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서 북한 당국은 지난 7월 당 정치국회의를 열어 리영호 총참모장을 모든 직위에서 전격 해임하기도 했는데 최근 리 전 총참모장이 반당, 반혁명분자로 규정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북한 군부 수뇌부 인사 교체와 관련해 미국 국방대학(NDU)의 제임스 프레스텁 박사는 3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정은 제1위원장의 군부 장악 과정의 일환으로 평가했습니다.
프레스텁 박사: 앞서 리영호 총참모장이 해임됐는데 이번 인민무력부장의 교체도 김정은의 군부 내 '자기사람 심기' 과정의 일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북한 군부의 재편이 마무리됐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이에는 동의할 수 없고 앞으로도 주요 인사 교체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미국 존스홉킨스국제대학원(SAIS)의 방문학자로 있는 한국 동국대학교의 김용현 북한학과 교수도 이번 인사는 북한의 '김정은 체제 다지기'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용현 교수: 북한 내부에서 김정은 체제가 구축되는 과정에서 군부의 충성을 확고하게 끌어내겠다는 것이 김정은의 의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군의 충성을 끌어내는 데 있어서 인물교체를 통해 충격요법을 김정은이 선택하고 있다고 봅니다.
한편 일각에서는 최근 북한 군부 수뇌부의 잦은 인사 교체가 북한 지도부 내의 불안정성을 암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해외지도부연구담당 국장은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세력이나 그 가능성에 대해 위협을 느낀 김정은이 선제적으로 북한 고위급 인사를 숙청하거나 교체하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켄 고스 국장: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합니다. 김정은이 위협을 느껴 그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선제적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또 이미 김정은은 고위 인물을 뜻대로 교체할 수 있을 정도로 권력을 공고화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고스 국장은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의 예상에 비해 북한 고위 인사의 교체 속도가 빠른 것은 사실이라면서 만일 김정은의 권력기반과 지도력이 여전히 미비한 상황이라면 북한 군부가 김정은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조만간 독자적인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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