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법원, 사찰에 조총련본부 매각 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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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 도쿄지방법원은 29일 재일본조선총연합회(조총련) 중앙본부의 건물과 토지에 대한 최종 낙찰자로 가고시마 시의 종교법인 '사이후쿠지'를 정식으로 허가했습니다. 이로서 조총련 중앙본부의 소유권은 한달 이내에 '사이후쿠지'로 넘어갈 전망입니다.

도쿄에서 채명석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도쿄지방법원이 29일 정식 매각 허가 결정을 내림에 따라 조총련 중앙본부의 건물과 토지는 채권자인 일본의 정리회수기구가 1주일안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사이후쿠지'가 한달 안에 4천800만달러를 불입할 경우 소유권이 가고시마 현의 사찰로 넘어 갈 전망입니다.

그러나 '사이후쿠지'의 주지 스님인 이케구치 에칸(76) 대승정이 기자회견을 통해 "조총련이 원하고 일본정부가 이에 반대하지 않는다면 우선적으로 조총련에 대여해 주고 싶다"고 밝힌바 있어 소유권 이전에도 불구하고 조총련은 도쿄 후지미 쪼에 있는 중앙본부 시설을 그대로 사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가고시마 현의 일개 사찰에 불과한 '사이후쿠지'가 4천800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매입자금을 과연 한달 내에 불입할 수 있겠는가가 큰 관심거리입니다.

'사이후쿠지'의 이케구치 에칸 대승정은 "매입자금은 현재 어느정도 마련됐으나 앞으로 기부를 포함해서 여러 사람의 지혜를 빌리고 싶다"며 매입자금의 전액이 아직 모아지지 않았음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조총련의 자금 일부가 '사이후쿠지'의 매입자금으로 흘러 들어갈 경우 도교지방법원의 매입 허가 결정은 즉각 취소됩니다.

한편 경매에 부쳐진 조총련 중앙본부 건물과 토지를 기준평가 금액의 두배인4천800만 달러에 낙찰한 사이후쿠지의 이케구치 에칸 대승정에 대해서도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사이후쿠지'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케구치 대승정은 1959년 고야산 대학의 문학부 밀교(대승불교의 한파) 학과를 졸업하고, 나가사키 현 출신의 국회의원 비서를 지내다 1973년 가고시마 시에 고야산 진원종 계의 사찰 '사이후쿠지'를 건립합니다.

이케구치 대승정은 국회의원 비서를 지낸 관계로 일본의 정치 일번지인 나가타 쪼에서는 '괴승'으로 통하는 인물입니다.

'사이후쿠지' 관계자는 이케구치 대승정이 아베 신조 총리와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등과도 친교가 깊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아사히 신문은 "아베 총리 주변은 그를 별로 신용하지 않는다"고 보도했습니다.

한편 2009년9월 이후 다섯차례 북한을 방문한 이케구치 대승정은 작년4월 북한으로부터 '친선훈장 제1급'을 받았습니다.

이때문에 일본 전문가들은 북한과 관계가 깊은 이케구치 대승정이 "입수한 건물과 토지를 총련에 대여해 준 실적을 발판으로 경색된 북일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할 '창구'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