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수감 칠레인 비망록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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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960년대 북한에 유학 중 당국을 비판한 혐의로 북한 감옥에 수감되었다 추방된 칠레인의 비망록이 최근, 반 세기 만에 영어로 발간됐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1960년대 북한에서 침술 등을 공부하던 중 북한 당국의 김일성 우상화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 때문에 수용소에 수감되었던 칠레인 에두아르도 무리죠 우가르테(Eduardo Murillo Ugarte) 씨의 비망록이 이달 초 발간됐습니다.

에이프코레아(AIPCorea) 즉 한반도문제연구회가1980년 출간되었던 '북한의 지옥'이라는 스페인어 책을 영어로 번역해 자체 웹사이트(http://aipcorea.org/)에서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반도문제연구회는 무리죠 씨 등 칠레인이 주축이 돼 칠레를 비롯한 중남미 국가들에 북한의 심각한 인권 유린 실태와 한반도 안보 위기를 정확히 연구하고 알리기 위해 지난 1월 설립한 단체입니다.

무리죠 씨는 1967년 여름 평양과 외곽을 덮친 홍수에 대한 북한 당국의 부적절한 대처를 비롯해 김일성 우상화의 부당함 등을 비판하면서 미국과 한국의 첩자라는 이유로 1967년 9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8개월 여 북한의 감옥에 갇혔습니다.

무리죠 씨의 책은 당시 부당한 수감 사유와 칠레의 가족 등의 석방 노력으로 요식행위에 불과한 재판 절차를 거쳐 추방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무리죠 씨는 악몽 같은 수감 기간을 잊고 싶었지만 자신과 마찬가지의 사소한 이유로 자신과 같은 날 수감돼 감옥에서 각각 7년과 8년을 보낸 베네수엘라 시인 알리 라메다(Ali Lameda) 씨와 프랑스 언론인 출신 쟈크 에마뉴엘 세디요(Jack Emmanuel Sedillot) 씨를 위해서라고 밝혔습니다. 라메다 씨가 1979년 9월 국제앰네스티에 기고한 글 (Ali Lameda: a personal account of the experience of a prisoner of conscience in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을 통해 세디요 씨가 감옥에서 나온 후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도 당시의 상황을 알려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다는 것입니다.

한반도문제연구회의 유일한 한국인 회원인 최선욱 홍보팀장은 5일 자유아시아방송에2014년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 보고서가 발간된 후 칠레의 한국대사관이 2014년과 2015년 두 차례 북한인권 행사를 개최하면서 칠레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최 홍보팀장: 계속 저희 단체에 관심을 갖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찾아 주고 홈페이지(https://www.facebook.com/search/top/?q=aipcorea)도 방문하고요. 저희 홈페이지 1일 평균 조회수가 1천회가 넘고요.

최 팀장은 특히 2015년 미국의 인권단체연합체인 북한자유연합(North Korea Freedom Coalition)의 수잔 숄티(Suzanne Scholte)대표가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강연과 칠레 CNN방송과의 인터뷰, 칠레 하원 인권위원장과 면담을 하면서 많은 반향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숄티 대표가 당시 행사에 참석한 무리죠 씨의 북한 수용소 경험을 영어로 번역하자는 제안을 하면서 이번 전자책 발간이 이뤄졌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최 팀장은 자신도 숄티 대표의 강연회를 계기로 무리죠 씨와 합심해 앞으로 북한인권과 한반도 안보에 대한 연구와 토론회, 전시회 개최 등의 활동을 위한 한반도문제연구회를 결성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