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D 회장 “북 붕괴 대비책 논의 시작해야”

북한 체제의 침식(erosion)이 심화되고 있어 미국과 한국 등 주변 국가들이 북한 붕괴 시 대처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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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화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 같은 체제의 침식은 계속될 겁니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면 심해졌지 전혀 막을 도리가 없습니다. 물론 북한 정권이 체제 단속과 통제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겠지만 불가능할 겁니다.<br/>

미국의 비영리 단체인 국립민주주의기금(NED)의 칼 거쉬먼 회장은 14일 워싱턴 주미대사관의 홍보원이 주최한 강연회에 참석해 북한 체제의 침식이 가시화되고 있고 북한 당국은 이를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거쉬먼 회장은 과거에 비해 북한에 외부 정보가 쉽게 들어가고, 손전화(핸드폰) 사용자가 증가하는 데다, 남한의 연속극이나 영화가 남한의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 줌으로써 '북한의 삶의 질이 남한보다 낫다'고 선전하는 북한 당국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점점 더 많은 주민이 깨닫는 점을 들었습니다. 극심한 경제난으로 북한 내 부정부패 현상이 만연된 가운데 뇌물로 상납할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탈북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북한 체제를 침식하는 요소라는 설명입니다.

칼 거쉬먼: The erosion is going to continue, it's only going to grow, there is no way to stop this. There is no way...(더빙) 이 같은 체제의 침식은 계속될 겁니다. 날이 갈수록 심해지면 심해졌지 전혀 막을 도리가 없습니다. 물론 북한 정권이 체제 단속과 통제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겠지만 불가능할 겁니다.

문제는 주변국들이 북한에 어차피 언젠가는 벌어질 사태를 상당히 두려워하고 있다는 데 있다고 거쉬먼 회장은 지적했습니다. 예컨대 북한 당국의 시장 축소와 통제, 그리고 계획 경제로 회귀하려는 최근의 움직임은 직장에 나가봐야 노임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식량 배급도 끊겨 불만이 쌓일 대로 쌓인 북한 주민들의 잠재된 분노를 일시에 폭발시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거쉬먼 회장은 이와 관련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문에 이제는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 남한 등 북한의 주변국들이 하루속히 한자리에 모여 북한 문제를 포함한 광범위한 지역 내 집단안보체제(system of collective security)를 논의할 시점이라고 답했습니다.

칼 거쉬먼: One issue that should be brought before such a multilateral discussion talking about a comprehensive framework would be the issue...(더빙) 그리고 이렇게 광범위한 틀을 논의하는 다자 협의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는 이겁니다. 바로 “북한이 붕괴한다면 주변국들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는 문제입니다.

거쉬먼 회장은 지난 몇 년간 미국에서 한창 논의됐던 소위 동북아판 ‘헬싱키 프로세스’는 현재로서는 “추진될 가능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 (that does not appear possible)”고 말했습니다. 이 접근법은 당초 6자회담이 진전되면 6자회담 산하에 있는 동북아평화 안보체제 실무그룹회의에서 추진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6자회담이 장기간 공전하고 있어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라는 설명입니다.

‘헬싱키 프로세스’란 지난 1975년 미국과 구소련을 포함한 유럽 국가 35개국이 참여한 유럽안보협력회의(CSCE)가 헬싱키에서 채택한 국제협약을 지칭하는 것으로, 상호 주권 존중, 전쟁 방지, 인권 보호라는 세 가지 내용을 중심으로 하고 있습니다. 당시 구소련이나 동유럽 국가들은 경제력의 급격한 악화를 포함한 여러 이유로 체제 붕괴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미국과 서유럽 국가들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거쉬먼 회장은 헬싱키 프로세스의 대안으로 일단 북한의 주변국들이 논의의 장을 마련해 중국과 미국 간에, 중국과 일본 간에, 일본과 한국 간에 신뢰를 쌓고 나아가 북한 붕괴로 인한 북한의 재건 지원(reconstruction assistance)에 관해서도 공동의 접근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특히 거쉬먼 회장은 북한의 재건 노력과 관련해 1만 6천 명에 달하는 남한 내 탈북자들을 활용해야 한다면서 이들이 남한과 북한을 모두 경험해봤기 때문에 북한이 붕괴한 이후 북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