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북 새 지도부, 주민 삶의 질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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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계속해서 김 위원장 사망과 관련한 미국 정부의 대응 모습을 좀 더 자세히 알아봅니다. 미국은 김 위원장 사망 후 처음 북한 측과 접촉한 사실을 공개하면서 북한의 새로운 지도부가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일 것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이 자리에 양성원 기자 나와 있습니다.

문: 양성원 기자, 김 위원장 사망이 발표된 후 이틀째인 20일에도 미국 국무부와 백악관이 관련 반응을 계속 내놓고 있는데요.

답: 그렇습니다. 일단 백악관은 19일에 이어 20일에도 미국이 동북아시아 역내의 동맹국, 또 관련국들과 김 위원장 사망과 관련해 접촉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새 지도부가 비핵화 약속을 준수하라고 거듭 촉구했습니다. 백악관의 제이 카이 대변인은 20일에도 19일 정례기자설명회 때와 글자 하나 다르지 않은 똑같은 발언을 내놓았는데요. 북한의 새 지도부가 “평화와 안정, 그리고 북한 주민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거듭 촉구하면서 여기에는 북한이 약속한 비핵화 의무를 다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문: 국무부는 북한 주민들에게 거듭 위로의 뜻을 전하면서 북한의 새 지도부가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일 것을 촉구하지 않았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국무부 측 발언을 살펴보면 북한 주민과 북한 정권을 확실히 구분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앞서 19일 밤늦게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내놓은 성명과 관련해서 빅토리아 눌런드 대변인은 20일 정례기자설명회에서 이는 미국과 북한 주민들 간의 연대감(solidarity)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까지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북한 주민들이 더 많이 존중받고, 다시 말해 더 높은 수준의 인권을 누리면서 평화와 번영 속에서 더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새 지도부가 핵을 포기하고 주변국과의 관계, 특히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길 바란다는 희망도 덧붙였습니다.

문: 미국 국무부 관리가 김 위원장 사망 후에 처음 북한 관리와 접촉한 사실도 알려졌죠?

답: 네, 국무부의 눌런드 대변인은 지난 19일, 그러니까 김 위원장 사망 발표가 나오고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아 미국이 북한과 뉴욕 채널을 통해 접촉한 사실을 20일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이례적으로 공개했는데요. 뉴욕 채널이란 미국 뉴욕 유엔에 주재하고 있는 북한 대표부를 통한 미북 간 접촉 통로로 통상 전화로 미국 국무부의 클리포드 하트 6자회담 특사와 한성렬 주유엔 북한 대표부 차석대사가 의견을 교환하는 것을 말합니다. 여하간 눌런드 대변인은 김 위원장 조의 표명과 관련해 뉴욕에 있는 북한 관리와 미국 국무부 측이 접촉을 했냐는 질문에 클린턴 장관의 전날 성명에 미국의 뜻이 담겨 있다고 말했지만 그에 이어서 북한 측과 실무선에서 지난주 베이징에서 열렸던 미북 간 식량지원 협의에 이은 논의를 가졌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랬더니 민감한 기자들이 정확한 상황을 알기 위한 후속 질문을 쏟아냈는데요. 일단 접촉 시점이 김 위원장 사망 이후냐, 북한 관리와 미국 관리 사이의 접촉이었냐, 김 위원장 사망에 관한 언급은 없었냐 등등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이에 대해 조금 당황한 듯한 모습을 보인 눌런드 대변인은 하나, 하나 대답을 했는데요. 일단 미북 간 접촉은 실무선에서 통상적인 뉴욕 채널을 통해 19일 있었고 주요 대화 내용은 미국이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해 우려하고 있는 사안에 대한 것이었다고 답했습니다.

문: 보통 미국 국무부는 뉴욕 채널을 통한 북한 측과의 접촉 사실을 잘 공개하지 않는데요, 이번에 이렇게 공개된 데에는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입니까?

답: 눌런드 대변인이 작정하고, 그러니까 계획적으로 공개한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데요. 일단 김 위원장에 대한 조의 표시와 관련해 뉴욕에서 미북 접촉이 있었냐는 질문이 나왔고 그에 따른 후속 질문들 때문에 그 사실이 공개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눌런드 대변인이 지난주 베이징 식량지원 협의에 이은 후속 대화를 북한 측과 했다는 말을 스스로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후속 질문들을 유도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요. 이렇게 본다면 미국이 김 위원장 사망 이후에도 북한 측과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는 상황을 외부에 알려 미국이 북한의 정권 교체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관만 하고 있는 게 아니라 북한의 새 지도부와도 접촉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싶었다는 해석도 가능할 수 있겠습니다. 한편 한국 정부 관계자는 이번 미북 간 뉴욕채널 접촉에 대해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특별한 의미는 없고 수시로 진행되는 통상적 차원의 전화 통화인 것으로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문: 미국 정부 관리들이 북한의 새 지도자로 김 위원장의 후계자 ‘김정은’을 특정해서 거론하지 않고 있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인데요.

답: 그렇습니다. 클린턴 국무장관의 19일 성명에서도 그렇고 국무부, 백악관 관리들 모두 북한의 새 지도자에 대해 ‘뉴 리더쉽(new leadership)’, 즉 새로운 지도부라고 말하면서 김정은을 직접 거론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는 김정은이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서 북한의 새 지도자로 공식화되긴 했지만 어린 나이에 권력 기반이 취약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는 그가 과연 제대로 북한의 최고 권력자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입니다. 다시 말해 김정은이 실제로 권력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을지 좀 더 두고 봐야 하고 또 북한의 새로운 지도체제가 어떻게 구체화될지는 섣불리 예측하기 힘든 게 현실이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북한 지도부에 대한 호칭 문제에 있어서도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문: 김 위원장 사망에 앞서 미북 간 대화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는 성 김 주한 미국 대사의 발언도 전해졌는데요. 마지막으로 간단히 소개해 주시죠.

답: 한국계 주한 미국 대사인 성 김 대사는 21일 한국 여당 한나라당의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났는데요. 이 자리에 배석했던 한 참석자는 성 김 대사가 “미북 간 대화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고 서로 어떤 합의에 이르기 전 김 위원장이 사망했다”,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지난주 베이징에서 열렸던 미북 간 식량지원 협의와 함께 북한이 영변 우라늄 농축 시설 가동 중단 등 이른바 ‘비핵화 사전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성 김 대사는 “미북 간 대화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는데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결실을 맺지 못했다”면서 아쉬움을 표했고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진전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성 김 대사는 북한의 새로운 지도부가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북한 주민들을 좀 더 잘 돌보기를 바란다”는 희망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C: 네, 지금까지 미국 정부가 김 위원장 사망과 관련해 신중하면서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 양성원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