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오는 12월 5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이 북한 핵 문제에 관한 국제 세미나의 주제는 '넌-루거 프로그램'으로 대표되는 협력적 위협 감축 프로그램(CTR)을 통해서 북한의 핵을 폐기하는 문젭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북한의 핵 과학자들을 평화적인 분야로 재취업시키는 문제가 중점적으로 논의될 예정입니다.
이 회의는 지난 2월 중국 베이징과 10월 중순 서울에서 열린 회의에 이어 올 들어서만 3번째 개최되며 미국과 한국의 민간 핵 전문가와 전 현직 관료들이 함께 참석해 넌-루거 프로그램을 북한에 적용하는 방식을 함께 모색하게 됩니다.
앞서 미국 국립과학원(NAS)은 지난 10월20일 서울에서 미국과 한국의 핵 과학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세미나를 열어 '넌-루거 방식'의 북한 적용 가능성과 타당성, 그리고 구체적인 적용 분야 등에 관해서 집중 논의했습니다.
한국의 핵관련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연 이 비공개 세미나에서는 미국의 핵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북한 핵 폐기를 다루게 될 6자회담 3단계 회의에서 북한 핵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을 평화적인 분야에 재취업시키는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구 소련의 핵을 폐기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했던 미국의 핵 과학자를 포함한 이 핵 전문가들은 과거 미국이 구 소련의 핵 시설을 '넌-루거 방식' 을 통해 폐기했던 경험에 비춰, 북한의 핵 과학자와 기술자를 평화적인 분야에 재취업시키기 위한 준비에 당장 착수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고 당시 세미나에 참석했던 미국측 과학자가 전했습니다.
미국측 전문가들은 당시 세미나에서 '미국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에 대한 불능화 단계에서부터 협력적 위협감축 프로그램(넌-루거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 (The US is incorporating CTR into North Korea disablement issue)거나 협력적 위협감축 프로그램에 관한 외부의 논의와 상관없이 북한에선 이미 일종의 협력적 위협감축 프로그램(넌-루거 프로그램)이 진행 중'(In North Korea, regardless of outside discussions on CTR, a sort of CTR is already going on.)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미국측 핵 전문가들은 특히 '한국내에서 넌-루거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매우 낮다'고 평가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넌-루거 방식의 북한 적용에 깊은 관심을 보여온 점을 감안하면 한국이 앞으로 이 문제에서 주도권을 잃게 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나타기도 했습니다.
반면 일부 참석자들은 과거 구 소련의 경우는 넌-루거 프로그램을 적용해 핵무기와 핵시설을 폐기하는 데 앞서 근본적인 정치적 변화가 있었다면서 이런 정치적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북한에 넌-루거 방식을 적용하는 데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시 세미나에 참석했던 핵 과학자 중 한명인 스탠퍼드대학의 강정민 박사는 넌-루거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북한 적용에 관해서 실질적인 논의가 오갔다고 밝혔습니다.
강정민 박사: 지난 3월 베이징 회의에서는 넌-루거 방식을 북한의 핵 폐기에 적용하는 것과 관련한 1차적인 타당성 여부를 살펴보기 위한 것이었다면 지난 10월에 열린 서울 회의는 베이징 회의에서 논의됐던 내용을 좀 더 구체화해서 집중으로 경수로 건설에 북한 핵 과학자와 기술자를 재배치하는 문제 등을 논의했습니다. 또 흑연로, 재처리 시설 등을 폐기하고 해체하는 데 과연 얼마나 많은 기간이 필요하고 얼마나 많은 (북한) 인력이 활용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얘기를 나눴습니다.
북한 핵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문제를 연구해 오고 있는 강정민 박사는 미국과 한국 과학자들 모두 넌-루거 프로그램을 통한 북한의 핵 폐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강 박사는 핵무기부터 곧바로 폐기에 들어갔던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구 소련과 달리 북한은 영변의 핵 시설을 우선 해체하고 이후에 핵무기의 폐기를 논의해야 하는 문제를 포함해 넌-루거 프로그램의 북한 적용 방식은 구 소련의 경우와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넌-루거 프로그램은 미국이 구 소련의 핵 폐기에 적용해온 대표적인 협력적 위협감축 프로그램으로 미국이 주도하고 국제사회가 함께 협력해 자금과 기술 지원 등을 통해서 핵 보유국의 핵 포기를 유도하고 핵 과학자와 핵 기술자들의 재교육까지 지원하는 평화적 핵 폐기 방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