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부유층은 노동당 군수공업부?

요즘 북한에서는 하루 세끼 밥을 먹기도 어려운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또 한쪽에선 외화를 잘 쓰는 사람들이 많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외화를 잘 쓰는지 최민석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달러를 잘 쓰는 부유층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달러나 위안화 등 외화를 잘 쓰는 사람들은 노동당 간부나, 무역간부, 해외연고자 가족이라는 인식은 북한에서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습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외화를 잘 쓰는 사람들은 노동당 군수공업부 산하 간부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얼마 전 평양을 떠나온 한 탈북자는 "요즘 달러를 잘 쓰는 아이들은 부모들한테서 매달 용돈으로 미화 100달러 가량 받아쓴다"면서 "그런 집 부모들은 2경제 산하 군수공업부에 다니는 간부들"이라고 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이 탈북자의 말입니다.

"그게 자녀한테 주는 돈인데요, 네가 친구들과 밥 사먹고 친구들이랑 볼링관에 가서 쓰라고 한달에 100달러씩 준다고 하더라고요 . 선생님이 그의 집에 갔다가 깜짝 놀랐대요. 너무 잘 사니까,..."

이 탈북자는 "평양시 강동군에 있는 2경제위원회(군수경제)에 다니는 자기 친구의 아버지는 무기를 해외에 수출하는 부서에서 일했다"면서 "몇 달씩 외국에 나갔다가 들어올 때면 아이들의 씀씀이가 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실례로 친구 생일날 미화 20달러를 선물하는 것은 보통이고, 햄버거도 수시로 사먹을 만큼 유족한 생활을 했다는 겁니다.

이렇게 자녀들이 쓰는 달러는 용돈으로 지출되는 것이고, 실제 가계살림은 어머니가 관리하기 때문에 이들 가정이 얼마나 많은 외화를 보유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게 이 탈북자의 설명입니다.

그동안 북한은 미사일 등 무기들을 이란을 비롯한 중동 국가들에 팔아 외화를 벌어들여 국제사회의 감시를 받아왔습니다.

다음으로 북한에서 외화를 잘 쓰는 사람들은 국가차원의 물자를 해외에서 구입하는 일을 맡은 무역업자들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의 한 무역업자는 "요즘 10만 세대 건설에 필요한 건설자재를 구입하러 나오는 북한 무역일꾼들 가운데는 중국 공장 측에서 제시하는 물건 가격을 장부에 올려놓고 실제로는 흥정해서 적지 않은 차익을 남긴다"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번 외화를 북한으로 직접 반입하지 못하고, 중국 은행 등에 예치하기도 한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북한 무역업자들의 중국은행 이용이 가능한 것은 은행 측에 여권을 제시하면 외국인이라도 구좌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라고 한 중국 현지 교민은 말했습니다.

그는 "얼마 전 중국은행 창구에 '조선 사람들의 은행구좌 개설을 환영한다'는 팻말이 나붙을 만큼 중국 은행을 이용하는 북한 무역업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무역업자들은 외화를 다량으로 가지고 귀국할 경우, 의심을 받을까봐 중국 은행에 예치하고 카드를 발급 받아가지고 들어간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이외에도 컴퓨터나, 사치품 등을 구입하러 나오는 북한 무역일꾼들은 거래과정에서 이익을 남겨 자기 주머니에 챙겨 넣는다고 이 중국 교민은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아무리 특권층이라도 외화를 잘 쓰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례로 김정일의 경호원들은 풍족하게 먹고 살지만, 외화는 넉넉하게 쓰지 못한다고 한 고위층 탈북자는 말했습니다.

그는 "자기가 알고 지내던 한 호위군관은 아들이 노트북을 갖고 싶어 하자 호위국 전용차의 휘발유를 팔아 컴퓨터를 마련해주었다"고 떠올렸습니다.

이 탈북자는 "화폐개혁 때 많은 돈이 휴지조각이 됐다"면서 "북한 원화를 가지고 있던 상당수 증산층이 무너졌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