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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전시되는 북한 미술품이 북한의 어려운 현실을 왜곡하고 있어 식량지원 등 국제사회의 인도적 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호주 시드니 대학의 레오니드 페트로프 교수는 행복하게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원숭이에게 먹이를 주는 평양 동물원의 통통한 어린이 그림 등은 북한 실상과 동떨어지고 관객들에게 희망사항을 현실인 것처럼 묘사해 북한을 도우려는 국제사회의 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페트로프 교수는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서 지난 12월 17일부터 1월 30일까지 열렸던 북한 현대미술 전시회 ‘얼음 밑에도 물은 흐른다(And Water Flows Beneath the Ice)’와 관련해 자유아시아방송에 쌀과 야채가 풍성하고 토끼도 많은 ‘대천리마운동’을 주제로 한 그림은 정말 비현실적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페트로프 교수는 고 김일성 주석이 ‘추상적인 예술은 죽음과 같다’고 말해 북한 예술가들이 구소련의 ‘사회주의 사실주의’와 북한의 ‘조선화’ 기법을 따르고 있지만, ‘북한의 일상과 북한 미술은 거리가 멀다’면서 1990년대 대기근 중에 일어난 ‘천리마운동’을 소재로 한 작품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미술작품에서 북한은 ‘풍요롭고 살기좋은’ 사회로 잘못 묘사된다는 것입니다.
이 전시회는 러시아 기업가들이 주최한 최초의 대규모 북한 현대미술 전시회로 만수대창작사 작가들의 회화, 수예, 포스터 등 60여 점이 전시됐습니다. 페트로프 교수는 지난 12월 모스크바를 방문하고 북한 전문가, 학자들과 함께 이 전시회를 관람했습니다.
전시회를 주최한 윈자보드현대미술관(Winzavod) 측은 북한미술을 통해 고립정책과 핵개발 등에 따른 대북제재 때문에 “국제사회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북한의 현재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습니다. 미술관은 보도자료에 ‘미곡마을의 새 집들’이라는 제목의 작품은 북한에서 대규모로 살림집이 건설되고 있어 마을을 잘 아는 우편배달부 조차도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페트로프 교수도 북한의 모든 작품은 관람객에게 북한의 주체사상과 선군사상 등 혁명 정신을 전달하려 하기 때문에 ‘선전선동’ 예술이라는 지적이 있고 북한에서는 이것을 ‘조선화’라고 부른다고 말했습니다.
페트로프 교수는 그러나 ‘조선화’의 소재가 북한의 전통보다는 구소련시대 스탈린이나 중국의 마오쩌뚱 즉 모택동 시대의 인물, 배역과 매우 흡사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페트로프 교수는 따라서 북한 미술작품이 ‘예술적 가치’가 낮아 상품성은 별로 없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에서도 구매하려는 고객수가 줄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술관 측은 자유아시아방송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총 관람객 수는 9천 명을 넘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