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명화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과 궁석웅 외무성 부상은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북한을 방문한 영국 의회 대표단과 면담하고, 북한이 현재 당면한 가장 큰 어려움은 에너지 부족이며, 이 때문에 전력 생산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고, 영국 의회 대표단의 일원으로 북한을 방문했던 캐롤라인 콕스 상원의원이 9일 자유아시아방송 (RFA)에 밝혔습니다.
최태복 의장은 특히 북한에는 풍부한 지하자원이 매장돼 있지만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심각한 전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수력발전소를 대대적으로 건설하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고, 콕스 의원은 말했습니다.
궁석웅 부상은 영국이 북한의 이런 고질적인 에너지 부족을 고려해 앞으로 지원 활동을 단기간의 '긴급 구호 (emergency relief)'에서 더 장기간의 '개발 지원 (longer term development assistance)'으로 전환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는 설명입니다.
이와 더불어, 북한의 고위 관리들은 영국 정부가 앞으로 더 많은 북한의 교사와 대학교수에게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최태복 의장은 자신의 손녀가 북한의 대학에서 영국문화원에 소속한 원어민 영어 강사들에게 영어를 배우고 있다면서, 북한이 최근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영어교육을 하도록 정책이 바뀐 만큼, 이들을 가르칠 교사들을 준비시키는 데 이런 원어민 강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같은 북한의 지원 요구에 대해,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줄기차게 우려를 표해온 콕스 상원 의원은 유엔의 비팃 문타폰 특별보고관이 하루속히 북한을 방문해 북한의 인권 실태를 조사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오히려 북한에는 인권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면서 실망감을 표시했습니다.
특히 궁석웅 부상은 일부 탈북자가 북한과 국경을 접한 중국으로 도망치는 경우가 있고 대다수는 상습범 (hardened criminals)이라고 하자, 대표단은 평안남도 개천시 개천 14호 정치범 수용소에서 태어난 신동혁 씨의 사례를 반증 자료로 제시했다고 콕스 의원은 밝혔습니다. 신 씨는 정치범 수용소 출생자로는 최초로 탈북에 성공해, 현재 남한에 정착했습니다.
캐롤라인 콕스: And the significance of that case is that of course, this young man was born in the camp and there's no way he could be a criminal because he grew up there as a child and suffered terribly...(신동혁 씨의 사례는 중요한 것입니다. 신 씨는 수용소에서 태어나 자랐는데, 이 젊은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상습범일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신 씨 외에도, 북한을 도망친 사람들이 상습범이 아니라는 증거 자료를 북한 당국에 제출하고 왔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북한의 일방적인 태도에도 영국의 의회 대표단은 북한과 계속 대화를 지속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북한을 방문한 직후 영국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영국 대학생들 (British undergraduates)이 북한의 대학과 초등학교에 가서 영어를 가르칠 수 있도록 새로운 자금을 마련하고, 양국 간에 문화 교류를 확대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영국 상원의 데이비드 앨튼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영국 의회 대표단은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북한을 방문해, 최태복 의장과 궁석웅 부상 외에 리종혁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리용철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장재언 조선종교인협의회 위원장, 박규홍 능라도 무역상사 총사장 등을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