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발사 대포, 서해 백령도 부근서 “꽝”

MC:

북측이 27일 백령도와 대청도 인근 북방한계선의 북한 쪽 해상 두 곳으로 해안포를 발사했습니다. 사상자나 물리적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의 박성우 기자를 전화로 연결해서 자세한 소식을 들어보겠습니다.

진행자:

박성우 기자, 안녕하세요.

박성우: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오늘 서해에서 상황이 긴박하게 전개됐지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데로 북측이 이날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서 백령도와 대청도 인근 NLL 북방한계선의 북한 쪽 해상 2곳으로 최대 90여 발의 해안포를 발사했습니다. 북측이 발포를 단행한 건 이 수역에 항행금지구역을 선포한 지 이틀만입니다.

이날 북측의 해안포가 떨어진 곳은 NLL 위쪽이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북측 해역에 포탄이 떨어졌다는 말이지요. 하지만 남측의 NLL 인근 1.5마일, 그러니까 2.7km 지점까지 포탄이 날아왔습니다. 아무리 지금이 북측의 동계 군사훈련 기간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NLL에 가깝게 포를 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남측의 해상분계선인 NLL의 무력화를 북측이 시도한 셈이기 때문에 남측도 사거리 3~4km가량인 벌컨포를 북측의 포탄이 떨어진 지역에 ‘경고사격’용으로 100여 발 발사했습니다. 그리고 북측의 사격중지를 요구하는 경고통신도 세 차례 내보냈습니다.

북한의 포사격 당시 해상에 조업 중인 어선은 없었습니다. 양측에서 발생한 물리적 피해나 사상자도 없었습니다.


진행자:

사건 발생 이후에 한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했나요?

박성우:

이날 이명박 대통령은 인도를 방문하고 있었습니다. 사건 발생 직후에 보고를 받았고, 서울에 남아 있는 정정길 대통령실장에게 긴급 안보대책 회의를 소집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 회의에서는 북한의 해상포 발사를 명백한 도발 행위로 규정하고 “차분하고 엄정하게” 대응을 하기로 의견을 모은 걸로 전해졌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의 국방부는 북측의 위협적인 행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모든 위협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전통문을 북측에 보냈습니다. 국방부 원태재 대변인입니다. 잠시 들어보시죠.

원태재: 우리 군은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북측 단장에게 발송한 전통문을 통해 북측이 지난 1월25일 서해상의 우리 해역에 항행금지 및 사격구역을 설정한 것은 명백히 정전협정과 남북 간 불가침 합의를 무시한 중대한 도발 행위로써, 이를 즉각 취소할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이어서 오늘 서해 북방한계선 인근 해역에 실제로 포사격을 실시함으로써 불필요한 긴장을 조성하는 북한의 위협적인 행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였고, 이러한 모든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아울러 촉구하였습니다.

박성우:

이밖에도 한국의 국방부는 “북측의 도발행위에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며, 이후 야기되는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북측에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진행자:

북측도 즉각 대응했지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북측 총참모부는 서해에서 연례적인 포실탄 사격훈련을 한 것이라면서 사격훈련은 앞으로도 계속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측은 지난 25일부터 오는 29일까지 해상 사격을 실시하겠다고 러시아의 어느 해상교통 문자방송을 통해 통보한 사실이 이날 한국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앞서 북측은 지난 25일부터 3월29일까지를 이날 문제가 된 백령도와 대청도 동부의 NLL 인근 해상에 대한 항행금지 기간으로 설정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북측이 만약 NLL의 남측으로 포를 쏘면, 남측은 어떻게 대응하게 됩니까?

박성우:

네, 이미 남측 당국은 서해에서 발생 가능한 모든 사태에 대비하는 위기관리 대책을 갖고 있습니다. 만약 북측이 남측 수역으로 포를 쏜다면, 남측도 북측의 해안포 진지를 향해서 즉각 ‘대응사격’에 나설 가능성도 있습니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이 남측 해역으로 사격할 경우, 필요성과 비례성의 원칙에 입각해 강력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대응사격’과 ‘경고사격’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박성우:

‘경고사격’은 포탄이 날아오는 쪽을 향해서 공중으로 사격하는 겁니다. 말 그대로 경고성입니다. 반면에 ‘대응사격’은 북측의 포탄이 남측 수역에 떨어졌을 때, 그 포탄이 날아온 북측의 해안포 기지를 향해서 사격하는 걸 뜻합니다.

진행자: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예정된 게 있잖아요. 이건 계획대로 열릴까요?

박성우:

당장 임박한 게 2월1일에 열릴 예정인 개성공단 실무회담입니다. 한국의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현재로서는 예정된 남북 대화의 일정을 진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옥수수 1만 톤과 신종플루 예방을 위한 손 세정제를 북한에 지원하기로 한 계획에도 변함이 없다고 한국 정부는 밝혔습니다.

하지만 현인택 장관은 “북한의 이날 태도가 적잖게 실망스럽다”고 말했고, “북한의 불필요한 긴장 조성은 즉시 중단돼야 한다”면서 “북한은 우리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현 장관은 또 “한국 정부는 일관된 원칙과 의지로 남북대화에 임할 것”이라며 “서두르지도 않고 물러서지도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진행자:

백령도나 대청도의 주민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박성우:

‘놀라긴 했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는 게 전반적인 반응입니다. 백령도에서 60년 넘게 거주하고 있는 장형수 씨와 전화 통화를 해 봤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기자:

혹시 북측이 포를 쏘는 소리를 들으셨나요?

장형수:

네, 들었어요.

기자:

당시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장형수:

처음엔 북한에서 쏜 줄 몰랐죠. 그런데 좀 있다가 우리 백령도에서 벌컨포를 한참 동안 쏘더라고요. 그런데 포 사격하는 건 항상 있는 일이니까, ‘또 훈련하나보다’ 이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심청각에 볼일이 있어서 갔더니 그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북한에서 포를 쐈다고. 그런데 백령도 사람들은 크게 신경을 안 씁니다.

기자:

왜 그렇습니까?

장형수:

이젠 만성이 됐어요. 북한에서 뭐 한 두 번 도발을 해왔나요.

기자:

선생님, 그래도 이번 북측의 도발은 좀 다르게 와 닿지 않으세요?

장형수:

물론 얼마 전에 대청해전도 있었고, 대청해전 때도 여기까지 포 소리가 엄청나게 들려오고 했는데요. 백령도 사람들은 항상 그래요. 과거나 지금이나 놀라지 않아요. 육지 사람들은 백령도 사람들에 대해 우려가 많은데, 여기 사람들은 차분하게 할 일을 다 하고 살아요.

박성우:

장형수 씨 말고도 서너 명의 주민들에게 전화를 해 봤는데요. 포격 소리가 나니까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 대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답변이 공통적으로 나왔습니다. 하지만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 육지와 백령도를 잇는 뱃길이 막힐 수가 있고, 또 꽃게잡이가 시작되는 3-4월까지 긴장이 지속되면 어업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주민들은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진행자:

한국 정치권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박성우:

여야 모두 “북측이 즉각 군사도발을 중단하라”는 발언을 제일 많이 내놨습니다. 민주당도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강한 유감”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남북이 모두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박성우 기자, 수고했습니다.

박성우: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