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4월26일 멕시코에서 열린 세계권투평의회(WBC) 여자 경량급 52.16kg 선수권쟁탈전에서 멕시코의 아나 마리아 토레스(Ana Maria Torres)를 상대로 무승부를 내며 선수권을 지켰던 류명옥 선수가 내년 1월말까지 방어전을 하지 못할 경우 선수권자 자격이 자동적으로 박탈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세계권투평의회 규정에 따르면, 지명 방어전의 경우 9개월 안에 도전자와 시합을 해 선수권 쟁탈전을 치르게 돼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선수권전을 치르기 위해선 적어도 3개월 전에 시합을 주최하는 측이 선수권자와 도전자 양측을 연결해 사전 협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최근까지도 시합을 주최할 기관이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대다수 권투 전문가들은 류명옥 선수가 남은 1개월 안에 방어전을 치른다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황현철 한국권투위원회 총부부장입니다 .
황현철: 그렇죠. 아무래도 방어전을 할려면 3개월 전에는 얘기가 나와야 경기가 될텐데. 지금 그런 얘기가 전혀 없는 걸로 봐서 류명옥 선수의 스케줄이 안 잡혀 있는 것 같고요. 류명옥 선수가 2005년에 챔피언이 되지 않았습니까. 지난 2006년에도 방어전을 치르지 못해서 결국 (챔피언) 타이틀이 박탈이 됐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되지 않을까 의견이 많습니다.
도전자로 지명된 아나 마리아 토레스 선수는 이미 지난 8월30일 같은 멕시코 출신의 에스메라다 모레노(Esmeralda Moreno) 선수를 꺾고 잠정 선수권자가 됐습니다.
기존 선수권자가 특별한 사유 없이 일정기간 이상 방어전을 연기하거나 취소할 경우 선수권자의 공백이 생길 것을 우려해 세계권투평의회가 미리 선수권 쟁탈전을 갖고 여기서 이긴 승자를 잠정 선수로 뽑습니다.
결국 현재로선 잠정 선수권자인 토레스 선수가 세계선수권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3일 현재 세계권투평의회에서 발표한 세계랭킹을 보면 선수권자인 류명옥 선수와 함께 멕시코의 토레스 선수가 잠정 선수권자로 나란히 기록돼 있습니다.
북한은 과거에도 김광옥 선수를 비롯해 최은순, 류명옥 선수가 방어전을 계속 연기해서 선수권자 자격이 박탈된 적이 있습니다.
이중 류명옥 선수만이 2007년 개성에서 선수권을 탈환해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북한에는 실력을 갖춘 여자 프로권투 선수들이 많지만, 돈을 내고 권투대회를 주최하는 기관이 없어 북한 내에서 선수권 쟁탈전을 잘 열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김한상 한남권투체육관 관장입니다.
김한상: 그전에는 한국권투위원회 박상권 회장이 있을 땐 시합을 만들어 줘서 했는데. 지금은 박상권 회장이 없으니까 북한이 시합 자체를 못하잖아요. 돈이 많이 들어가니까요. 그리고 해외로 나가서 하자니 북한 당국이 밖에서 하는 것을 잘 허락하지 안잖아요. 그래서 시합을 못하면 날짜를 놓치고 그런 경우가 생기죠.
북한은 2000년 이후 외화벌이의 수단으로 여자 프로권투 선수를 적극 육성해 왔으며, 2004년 10월 중국 심양에서 열렸던 국제여자권투협회, 즉 IFBA 선수권 쟁탈전에서 김광옥 선수가 북한의 첫 선수권자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