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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과 고기를 바꿀 데 대한 북한 지도자의 지시가 내려지면서 북한에서는 타조사육과 염소 방목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영기자입니다.
현 시기 북한이 당면한 육류문제를 푸는 방법은 풀과 고기를 바꾸는 것입니다. 곡물사료가 부족한 북한에서 초식동물(풀을 먹는 동물)을 사육해서 고기를 생산해 주민들에게 공급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시간에는 북한에서 적극 권장하고 있는 타조사육과 염소방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산림이 전체 국토 면적의 80%를 차지하는 북한에서 풀 먹는 짐승사육은 아주 매력적입니다. 때문에 북한은 이미 90년대 중반부터 타조사육과 염소방목, 토끼사육 등에 관심을 가지고 전국적으로 기르도록 지시했습니다.
그중 타조는 고기와 알을 생산하고 가죽까지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는 대상으로 떠올랐습니다.
타조 사육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권장하고 있는데요, 지난 10월 초에는 평양시 교외의 한 타조목장을 시찰하고 “타조는 사료를 적게 먹으면서도 많은 고기와 알, 질 좋은 가죽과 털을 생산하므로 수익성이 대단히 높은 짐승”이라며 전국에서 대대적으로 기를 것을 지시했습니다.
타조목장 건설을 주도한 노동당 부부장에게 희생된 군인들에게나 수여하는 공화국 영웅칭호를 수여하는 등 파격적인 조치를 취한 것을 보면 북한의 타조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과거 실패한 염소목장이나 메기양어장보다 품이 덜 드는 타조를 잘 키워 이번만큼은 성공해보겠다는 북한 지도부의 야심찬 계획이 깔려 있습니다.
약 3천 마리의 타조를 사육하고 있는 평양시 승호구역의 타조목장은 북한이 방북한 남측인사들에게 보여주는 방문코스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이곳은 김정일 위원장도 다녀간 곳이어서 특별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 있는 타조들에게는 일반 주민들이 먹는 배추보다 훨씬 좋은 것을 먹였다고 이 타조농장 사정에 밝은 한 평양출신 탈북자는 말합니다.
“그 당시는 다 가을하고 어느 밭에도 배추가 없었는데요, 그런데 거기 하나 (배추밭이)있었어요, 그런데 아주 탄탄한 배추였어요. 아낙이 노랗고… 우리가 배추 200kg 가져가야 되니까, 무게를 달구자고 하니까, 거기서(농장간부)는 흐지부지 없이 배추 한 통이 5kg가 넘는다고 말했어요. 무게를 달 생각하지 말고 거저 가져가라고 통과시키더라고요.”
타조에게 한 통에 5kg이 넘는 충실한 배추만을 엄선해 먹이는 사실에 대해 이 탈북자는 놀랐다고 말합니다.
실제 타조는 풀을 많이 먹기 때문에 그 고기는 담백해서 남한에서는 콜레스테롤 해소를 위한 건강식으로 사용한다고 ‘한국타조개발연구원’의 한 전문가는 말합니다.
“몸에 기름이 없어 아주 담백해요, 담백해서 건강식으로 먹을 수 있거든요. 몸속에 있는 나쁜 콜레스테롤을 배출시켜 면역력을 튼튼해지게 해서 질병에 걸려도 자기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면역력이 커지기 때문에 한국보다 먼저 키운 것이 바로 북한입니다.”
기름기가 많고 영양분이 충분한 고기를 필요로 하는 북한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맞지 않는 면이 있다고 이 전문가는 말합니다. 심혈관 질병이나 심부전증을 앓고 있는 김 위원장처럼 콜레스테롤 함량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타조고기가 좋다고 이 전문가는 말합니다.
그리고 타조는 야생동물이기 때문에 북한처럼 쇠 그물망으로 막아 키우면 스트레스를 받아 타조에게 나쁘다고 또 다른 타조농장의 전문가는 말합니다.
“덩치가 큰데 비해 겁이 많습니다. 소음이라든가 갑자기 나는 요란한 소리라든가, 외부 침입하는 것, 야생동물이나 개들이 갑자기 뛰어드는 것도 싫어합니다. 타조는 사막동물이기 때문에 시각이나 청각이 굉장히 발달되어 있어요. 맹수가 오면 빨리 도망쳐야 하기 때문에 소음이나 이런데 굉장히 예민합니다.”
그래서 남한의 타조 농장에서는 타조가 넘어가지 못할 정도로 쇠 파이프나 나무를 한 두 대로 막아 놓고 키우고 있습니다. 타조는 성질이 이상해 한국에서도 성공률이 적어 관광용으로 이용하기 위해 사육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 전문가는 말했습니다.
타조 다음으로 북한이 풀과 고기를 바꿀 수 있는 대상으로 가장 많이 권장하는 짐승은 염소입니다. 산림이 전체 면적의 80%이상 차지하는 북한에서 염소방목은 육류문제를 해결하는데 아주 매력적입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원인 때문에 염소사육에 성공했다는 소리는 없습니다. 우선 풀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방목에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당초 염소방목을 시작할 때 풀판 조성을 위해 개인들이 경작하던 소토지를 강제로 회수해 풀씨를 뿌리고 풀판을 만들었습니다.
각 인민군(북한군) 군부대, 공장, 기업소들에도 염소를 방목할 데 대한 지시가 내려가면서 각 산골짜기에 염소 부업지를 짓고 10년 넘게 기르고 있지만, 여전히 개체수는 늘지 않고 있습니다.
2년 전 양강도 혜산시를 떠나온 한 탈북자는 자기네 지방에도 염소목장이 있긴 했지만, 1~2마리 정도의 종자염소만 있고 오히려 종업원 숫자가 더 많았다고 말합니다.
“염소 목장의 개수가 문제가 아니라 염소 마리수가 문제지, 목장은 크게 건설했는데 1~2마리밖에 없지 않는가하면, 어떤 목장은 다 도둑질해서 한 마리도 없지, 그리고 좀 있다는 것은 군부대 염소목장들이 있는데, 그런데 염소들은 좀 있는데 자기네 잡아먹고 없으면 주민들의 것을 도둑질해 넣든 채워넣어요.”
이유는 늘어나는 숫자보다 잡아먹는 숫자가 더 많기 때문에 10년이 지나도 방목장의 염소 개체수가 줄어들기만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봄이 되면 노동당이나 권력기관 간부들이 뻔질나게 농장에 사람을 보내 염소를 끌어가 숫자를 늘리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북한 매체들이 소개하는 군부대 방목지에 염소가 좀 많지만, 이는 텔레비전 촬영을 위해 인근의 농장에서 빌려오는 경우가 많다고 군인출신 탈북자들은 말합니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 금강산 발전소 건설에 동원되었던 한 군인출신 탈북자는 김 위원장이 자기네 부대를 시찰할 때 염소목장에 염소가 없어 협동농장에서 빌려다가 1호 행사를 마친 다음 다시 돌려주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지도자의 방침이라면 무조건 집행해야 하는 주민들에게 있어 염소방목은 실패하든 성공하든 상관이 없습니다.
이처럼 풀과 고기를 바꿀 데 대한 북한의 의도는 사료로 쓸 수 있는 곡물이 충분히 보장되고, 해당 짐승의 특성을 잘 파악할 때만이 성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겨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