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방송, 북 관영방송과 경쟁 단계 진입

MC: 미국과 한국의 대북방송이 북한의 관영방송과 청취율 경쟁 단계에 진입할 만큼 영향력이 커졌다고 미국의 대북방송전문가들이 주장했습니다.

김진국 기자가 보도합니다.

대북방송을 듣는 북한 주민의 수가 늘고 있으며 이는 북한 정권의 대주민 통제력이 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아시아태평양연구소의 피터 벡 연구원은 10일 워싱턴의 존스홉킨스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대북방송의 영향 평가'의 주제 발표를 통해 대북방송이 북한 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여러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벡 연구원은 최소한 100만 명 이상의 북한 주민이 정기적으로 외국방송을 듣는 것으로 추산한다면서 쌀값을 비롯한 실질적인 생활 정보를 얻는 수단으로 외국방송을 청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피터 벡

: (North Korean regime does not share basic information such as currency reevaluation with public..) 북한 정권은 화폐개혁 같은 기본 정보를 주민에 공개하기를 꺼립니다. 그래서 시장에서 거래되는 쌀값이나 외환 환율, 또는 김정일 위원장이 언제 중국으로 떠났는지 등의 정보를 얻으려면 외국방송을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북방송의 영향력과 관련해 벡 연구원은 2002년의 북한 경제 개혁이 외부로 알려지는데 수개월이 걸렸지만 지난해 말의 화폐개혁 소식은 거의 실시간으로 외부로 전해졌다면서 북한 내부 소식이 외부로 알려지는 정보의 유통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지고 있고 그만큼 북한 정권의 정보통제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벡 연구원은 대북방송이 북한의 변화를 주도하는 사실을 주목하면서 미국과 한국 정부에 현재 하루 5시간 방송하는 미국의 자유아시아방송을 비롯한 대북라디오방송을 24시간 방송으로 확대하고 탈북자가 운영하는 한국의 민간라디오방송에 지원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한편, 대북라디오의 영향력을 연구하는 대북인권단체의 관계자는 최근에 실시한 중국과 북한 국경지대의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내용을 소개하면서 대북방송이 북한 관영방송과 경쟁할 만큼 영향력이 커졌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름을 밝히지 말라고 요청한 이 관계자는 토론회 뒤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만나 대북방송을 듣는 주민 수가 늘수록 북한 관영방송의 청취율이 떨어지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대북방송의 청취자 수가 늘면 관영방송의 청취자 수가 줄어드는 일명 제로섬게임(Zero sum game)의 전면 경쟁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