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금 ‘달력 구하기’ 전쟁

요즘 한국에서 달력은 12월이면 누구나 무료로 주고 받는 가장 흔한 것이지만, 북한에서는 귀해서 구하기조차 쉽지 않다고 합니다.

0:00 / 0:00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새해 달력이 나왔습니다. 예년과 비교하면 명승지, 도시, 유적 등을 담은 풍경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최근 평양을 다녀온 대북 사업가는 "매년 북측에서 달력 선물을 받는데, 올해는 평양시내 명승지를 담은 달력을 선물로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과거부터 북한은 명승지 풍경을 담은 달력들과 텔레비젼 연속극, 예술 영화들의 인상 깊은 화면을 담은 달력들, 그리고 인물 달력들이 비중을 많이 차지했습니다.

아울러 연날리기, 제기차기, 팽이치기, 외발기타기 등 어린이들의 민속놀이 풍경도 달력의 소재가 됐습니다. 연말이 다가오면 북한에서는 '달력전쟁'이 시작됩니다.

장마당에서는 값나가는 달력을 사고파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탈북자들은 전합니다. 좋은 달력은 뇌물로도 사용됩니다.

평양 출신의 여성 탈북자는 "달력이 워낙 귀하다 보니까 뇌물로 사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집안에 특별한 장식거리가 없는 북한에서는 고급 달력이 내부 장식의 역할까지 한다"고 말했습니다.

탈북자: 방안이 썰렁하니까 방안의 분위기를 살리는 역할을 하죠. 외풍 그림 하나 걸면 벽이 살잖아요. 그래서 인테리어쪽(내부 장식)에 민감한 사람은 달력을 사려고 하죠.

북한에서는 주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의 한 장면이나 유명 배우들이 등장하는 달력이 인기가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연말이면 유명 가수나 배우의 사진이 실린 달력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이는 인쇄공장에서 한정적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일반 가정집에서는 보통 12장이 아닌 1장짜리 달력을 많이 사용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1장짜리 달력은 종이의 질이 현격히 떨어져 물기가 조금만 있어도 바로 찢어집니다.

그래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의 경우 돈을 주고라도 시장에서 구입해 씁니다. 최근에는 6장에 앞뒤로 1월부터 12월까지 담은 달력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제난으로 종이를 아끼기 위한 조치로 해석됩니다.

한 탈북자는 낯선 집에 가더라도 달력만 보면 그 집의 생활수준을 알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달력이 부의 상징이 되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