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지역 두루미보호회의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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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과 미국이 참여하는 북한 안변 지역의 두루미 보호 관련 회의가 천안함 사건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취소됐다고 미국의 조류학자가 1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의 위스콘신 주에 본부를 둔 '국제두루미재단'(International Crane Foundation)의 조지 아치볼드(George Archibald) 이사장은 멸종 위기해 처한 두루미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력회의가 취소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아치볼드 이사장: 저희는 비무장지대와 철원지대에서 겨울을 나는 두루미가 통과하는 안변 지역을 생태보호구역으로 보호하는 방안을 더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해오는 8월에 남북한 조류학자와 베이징에서 만날 예정이었습니다. 한국이 주재하고 북한도 참가할 예정이었는데 천안함 문제로 취소됐습니다.

1970년대부터 한반도의 두루미 생태보호를 위해 힘써온 아치볼드 이사장은 멸종 위기에 처한(threatened species) 두루미와 재두루미가 중국과 러시아 등지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생태계의 보고인 비무장지대로 몰려든다고 말했습니다.

전세계에 3천 마리 가량 남은 두루미의 3분의 1, 그리고 5천 마리에 달하는 재두루미의 절반이 겨울을 나기 위해 10월 말이나 11월이 되면 한반도 비무장지대의 철원평야로 날아듭니다. 분단 이후 생태계의 보고로 거듭난 비무장지대에서 겨울을 나는 이 두루미들은 멸종 위기에 처한 새입니다.

전 세계 15종의 두루미 중 10 종의 두루미가 국제자연보호연맹이 정한 멸종 위기에 처한 조류인데 두루미와 재두루미가 그에 속하는 것입니다. 아치볼드 이사장을 비롯한 남북한 조류학자들이 안변을 생태보호구역으로 개발하는 데 관심을 갖는 이유는 겨울철에 너무 많은 새들이 몰려들기 때문입니다.

아치볼드 이사장: 비무장지대는 먹을 것이 풍부한 철원평야가 있고 밤에 새들이 잠을 잘 수 있는 습지도 있습니다. 하지만 겨울철에 새들이 한 지역에 밀집하면서 한반도가 통일이 될 경우 지역 개발, 전염병, 자연 재해 등으로 한꺼번에 멸종 위기에 처할 수 있습니다.

아치볼드 이사장은 멸종위기에 처한 두루미 종을 보호하는 방법으로 안변 지역을 안전한 겨울 철새의 서식지로 개발하는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국제두루미재단'은 북한의 동해안에 자리한 안변의 철새를 보호하기 위해 그 지역 농민을 돕는 사업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수년 전 유기 농법을 전수해 농업 생산량을 증대시키고, 쌀 도정기기와 과일나무를 제공하는 대신 두루미가 먹을 수 있는 알곡을 남길 수 있도록 북한 당국과 협상을 했습니다.

아치볼드 이사장은 이런 노력 끝에 지난해 11월 두루미가 중국이나 러시아의 추위를 피해 비무장지대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날아 가던 중 사흘을 안변에 머물렀다고 밝혔습니다.

아치볼드 이사장: 지난해 안변에 41마리의 두루미가 날아들었습니다. 이번에 한국의 조류학자들이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있는 두루미 보호사업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기대가 컸습니다. 남북한과 협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데 말입니다.

아치볼드 이사장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이들 두루미가 비무장지대 뿐 아니라 안변 지역에서도 안전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무산된 국제 회의 소식에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