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3대 자동차회사 중 하나인 지엠대우가 세계 경제위기로 해외 주문의 감소에 따라 다음달 22일부터 열흘간 부평, 군산, 창원 등 모든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고 11일 밝혔습니다.
지엠대우가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은 대우자동차를 인수하고 새롭게 출범한 2002년 10월 이후 처음입니다.
한국은 현재 세계5위의 자동차 생산국이지만, 2000년을 전후해 해외업체의 국내 진출로 산업여건이 크게 변했습니다.
미국의 GM은 대우자동차를, 중국의 상하이는 쌍용자동차를, 그리고 프랑스의 르노는 삼성자동차를 각각 인수했습니다.
현재 한국의 자동차산업은 현대, 기아, 지엠대우, 쌍용, 르노삼성 등 7개 회사로 재편돼 있습니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로 알려져 있던 한국이 이처럼 자동차 강국으로 발돋음 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부터입니다.
지난 50년간 한국에서 생산한 자동차는 약 4천5백만대로 일렬로 세우면 지구를 다섯바퀴를 돌 수 있다고 합니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강철구 이사입니다.
강철구: 2007년도 한국 자동차 생산은 408만6천대로 2005년 이후 연속 3년간 세계 10대 자동차생산국으로 돼 있고, 그 중에서 5위 생산국의 위상을 갖게 됐습니다.
자동차 산업은 한국 전체 수출액의 약 10%를 차지할 정도로 수출 품목가운데 가장 높으며, 관련 종사자만도 약 150만명으로 한국 전체 취업자의 1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철강, 기계, 유리, 도장, 섬유 등 자동차 한 대를 만드는 데 만도 수많은 관련 산업이 연관돼 있기 때문에 고용 효과도 그만큼 큰 것입니다.
지난해 12월 5일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 제1차 회의를 위해 남한에 온 전승훈 북한 내각 부총리를 비롯한 24명의 북한 대표단은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기아자동차 공장을 방문했습니다.
1998년 금속기계상을 지내 북한의 대표적인 기계공업 전문가로 알려진 전승훈 부총리는 당시 큰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북한은 한국전쟁 직후부터 "사회주의 공업국가로서 자동차만큼은 다른 나라에서 사다 쓰지 않고 자체로 생산해 만들어 쓰겠다"는 방침을 세울 정도로 자동차 공업에 대한 자립 의지가 높았습니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북한의 자동차 생산능력을 2004년 말 기준으로 약4만5천대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의 자동차 생산능력과 비교했을 때 1% 정도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버스나 승용차의 경우는 주요 부품을 수입해 조립 생산한 바 있으나 전반적으로 초보적인 단계에 있으며 최근에는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 김광진 선임연구원입니다.
김광진: 승용차는 옛날에 벤츠를 모방해가지고 '백두산'이라는 승용차라는 자동차가 나왔어요. 근데 너무 한심해 가지고 몇 대 생산하다가 중단을 했고..
이때문에 북한 고위 당 간부용 자동차는 독일의 벤츠라든지 일본의 도요타 등 외국산 자동차들이 많습니다.
200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자동차 생산을 높은 수준에서 정상화 하는 데 대한 과업"을 제시한 이후로 북한은 자동차 생산공정의 현대화와 외자유치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때문인지 이듬해인 2002년 4월에 남한의 평화자동차와 북한의 조선민흥총회사가 손을 잡고 남포에 연간 1만대 생산 규모의 자동차종합공장을 준공했습니다.
그러나 경제난으로 아직까지 북한 내 수요가 없어 연간 천대 미만으로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밖에도 북한에는 덕천의 승리자동차연합기업소, 평성자동차공장 등이 있지만, 전력난과 기술 낙후로 최근에는 제대로 생산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생산 시설은 주로 덕천 승리산의 지하갱도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생산 능력은 80년대 초 2만대 정도라고 선전해왔으나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못미쳤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탈북자들은 특히 '고난의 행군' 시기였던 96년부터는 거의 자동차 생산을 못했다고 설명합니다.
김광진 선임연구원입니다.
김광진: 철강과 같은 자재가 없고, 노동자들에게 배급을 못 주니까 생산라인을 가동시킬 수 없는 그런 상황이죠.. 그 다음에 차를 움직이게 하려면 기름이 있어야 하는데, 기름도 굉장히 부족한 상황이고, 여러 경제환경이 최악이었기 때문에 자동차 생산도 많이 줄었어요.
북한에서 자동차는 원칙적으로 개인이 소유할 수 없고, 매매될 수도 없습니다.
오직 계획에 의해서만 할당되는데, 절대적으로 생산량이 부족하니 뇌물을 써서라도 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외화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나 부품을 제때 투입하지 못해 설비의 노후화가 심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선진국의 신기술 도입 및 연구개발이 전무한 실정이기 때문에 북한의 자동차 발전은 앞으로도 당분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자동차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