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대부분 도시에서 휴대폰 개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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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국경연선의 도시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휴대폰을 개통했다는 소식입니다. 휴대폰 가입자들은 크게 늘었지만 비싼 통신비 때문에 전화사용 시간은 오히려 줄었다고 하는데요.

서울에서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 당국이 국경연선을 제외한 전반적인 도시들에서 휴대전화 서비스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 소식에 정통한 중국의 한 소식통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8월 1일을 시점으로 청진, 함흥, 강계, 사리원을 비롯한 전반적인 도시들에서 휴대전화를 개통했다"고 알려왔습니다. 그는 "체신국(우체국)들에 휴대전화 판매소들을 개설했지만 가입하러 오는 사람은 얼마 없고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고 밝혔습니다.

휴대전화 구입을 위해 밤을 새워 기다린다거나 줄을 서는 것과 같은 풍경은 "전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에 따르면 청진시 체신관리국 우편접수매장에서 팔고 있는 휴대전화는 8가지 종류로 중국산 5가지와 유럽산 3가지 종류였으며 달러나 중국 인민폐, 북한 돈 모두 구매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달러의 경우 250달러 기준이고 중국인민폐로는 1200원부터 2천원까지, 북한 돈으로는 20만 원 정도라고 이 소식통은 밝혔습니다.

그런가하면 북한 신의주시의 소식통도 "8월 1일부터 전국적인 도시들에서 휴대전화 개통을 시작했다"며 "하지만 국경연선 도시들은 이번 휴대전화 개통지역에서 제외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신의주시는 이미 지난해 7월부터 도심 여러 곳에 휴대전화 기지국들을 설치하고 휴대전화를 판매한다고 소문이 났으나 국경연선 도시라는 것 때문에 이번에도 개통지역에서 빠졌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휴대전화 개통문제 때문에 지난 6월 국가보위부가 '국경연선에서 휴대전화를 개통하면 불법 휴대폰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개통을 보류해 달라'는 내용의 제의서를 국방위원회에 올렸다며 앞으로도 국경연선 도시에서 휴대전화를 개통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북한 보위부의 제지로 휴대전화 기지국들을 설치하고도 개통이 보류된 도시들로는 신의주, 만포, 혜산시 등이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휴전선 부근 도시인 원산, 해주시에서 이번에 휴대전화가 개통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대답했습니다.

한편 소식통들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휴대전화는 통신수단의 기능보다는 위기대응수단, 세력 과시용 수단에 불과하다며 "휴대전화 개통자들이 늘어난다고 해도 수익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해 오라스콤과 북한 고려링크 사이의 합작 사업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신의주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의 휴대전화는 선불제 카드식이며 최소 북한 돈 2천원부터 결제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북한 돈 2천원을 결제할 경우 약 1시간 20분 정도 통화가 가능해 같은 값으로 4시간 통화가 가능한 집 전화에 비해 3배정도 비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휴대전화를 구입하는 정도의 사람들은 대부분 집전화가 있고 사무실에서도 전화가 가능한 사람들이라며 굳이 비싼 휴대전화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 속에서 휴대전화에 대한 욕망이 대단히 높은 원인은 자신의 위세를 자랑하기 위한 과시용이며 또 생활난으로 각종 범죄가 많아 위기대응 차원에서는 효과적인 통신수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 소식통도 "북한 주민들의 경우 지역이나 사회적인 정보들을 접속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다른 외국 사람들보다 전화 사용시간이 엄청 길다"며 "전화비가 비싼 휴대전화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평양에 있는 무역일꾼들도 휴대전화를 가지고는 있지만 직접 사용하는 것은 거의 보지 못했다"며 "꼭 사용해야 한다면 가족들에게 급한 사정이 생겼을 때 몇 마디 하는 것이 전부"라고 언급했습니다.

오라스콤이 2천 2백만 북한 주민들에게 모두 휴대전화를 공급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혔지만 실현가능성과 통신회사의 수익창출에 의문이 가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