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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통일부가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정책을 펴겠다고 대통령에게 29일 보고했습니다. 서울의 박성우 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겠습니다.
진행자: 박성우 기자, 안녕하세요.
박성우: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통일부가 29일 업무보고를 했는데,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했다면서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업무보고는 2011년 한 해 동안 펼칠 정책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건데요. 통일부는 이 자리에서 3대 정책 추진목표를 밝혔습니다. 첫 번째가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를 유도’한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바른 남북관계의 정립’이고 세 번째가 ‘통일에 대비한 준비’입니다.
‘남북관계의 정립’보다 ‘북한의 변화 유도’가 더 앞에 언급됐다는 점이 눈에 띄지요.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말을 잠시 들어보시죠.
현인택: 이는 한반도의 미래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서는 북한의 근본적 정책변화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정부의 단호한 의지와 국민적 결의를 담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북한의 비핵화 등 바람직한 변화가 바른 남북관계 정립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정리를 해 보자면, 북한의 근본적 변화가 남북관계의 정립에 선순환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구조를 추구하겠다는 것이죠. 구체적으로 보면, “북한이 핵 보유가 아니라 비핵화를 추구하고, 대외 고립이 아니라 대외 개방을 추진하며, 선군 노선이 아니라 민생 우선 노선을 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또 한가지 눈여겨볼 대목이 있습니다. 바로 단어의 선택입니다. 처음엔 ‘북한의 변화’가 아니라 ‘변환’이라는 단어를 쓰려고 했다고 하는데요. 변환은 ‘체제 변환’을 떠올리지요. 다시 말하자면, 북한 정권을 교체하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용어를 좀 완화해서 ‘변화’라는 단어를 사용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진행자: 그렇군요. 이 질문도 드리고 싶습니다.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 한국 정부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거라고 하나요?
박성우: 현인택 장관은 정부가 ‘대북 정책의 일관성을 견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변화하지 않으면 경제적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현재의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것이죠. 쉽게 말하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북한 정권의 돈줄을 차단하겠다는 겁니다.
현 장관은 또 ‘북한주민 우선의 대북 접근’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건 북한 정부와 북한 주민을 구분해서 정책적인 접근을 하겠다는 뜻인데요. 다시 말해서 인도적으로 필요한 지원은 하면서도 투명성 강화 등을 통해서 북한 군대로 지원 물자가 들어가도록 하지는 않겠다는 말이지요. 또 북한인권법의 제정을 통해서 북한 주민들도 최소한의 권리를 향유하며 살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북한 정권에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입니다.
이 밖에도 한국 정부는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 남북한 대화와 협력의 상호주의를 강화하고, 국론결집 노력을 확대하겠다는 내용도 밝혔습니다. 상호주의라는 건 ‘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것도 있어야 한다’는 뜻이죠. 예를 들자면, 남한이 비료나 식량을 지원할 경우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에 동의해 줘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국론결집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남한 내 친북세력을 견제하고자 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내용이 상당히 강경해 보이는데요.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6자회담을 통한 북핵 해결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라고도 말했잖아요. 이건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하겠다는 말로도 들렸거든요. 어떤 해석이 나오고 있나요?
박성우: 네. 그 발언은 29일 외교통상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나왔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이 2012년 강성대국을 목표로 두고 있기 때문에 내년 한 해에 북한의 핵 폐기를 6자회담을 통해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6자회담은 북한과 대화를 하는 자리입니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에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과 관련해서 내놓은 발언들과는 색깔이 다르지요. 27일엔 이명박 대통령이 "전쟁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말했고, 이에 앞서서 23일 어느 전방 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북한이 공격하면 대반격을 가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연일 발언의 수위를 높이다가 29일에 6자회담 이야기를 한 거지요. 그래서 ‘이젠 남한이 대화 위주로 정책을 바꾸는 것 같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원론적 차원에서 나온 거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업무보고는 2011년 한 해 동안 다룰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6자회담의 유용성’을 재확인하는 등의 원칙적인 발언을 통해서 정부의 정책을 강조할 수 있다는 거지요. 현재 한국 정부는 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 중단과 2005년 9.19 공동성명 이행 같은 전제 조건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다시 통일부 업무보고 관련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한국 정부가 ‘통일에 대한 준비’를 3대 정책 추진목표 중 하나로 내세운 것도 눈에 띄는군요?
박성우: 그렇습니다. 이걸 두고 일부 언론은 이른바 ‘흡수 통일’ 정책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는데요. 통일부의 현인택 장관은 ‘통일을 준비한다는 게 흡수 통일을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직답을 피했습니다. 그러면서 현 장관은 ‘한반도의 평화 통일’이 한국 정부의 일관된 대북 정책의 기본 방향이고 미래의 통일을 위한 방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 장관은 또 ‘이젠 통일부가 남북 교류협력이나 대화보다 통일 준비에 더 신경 쓰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건 아니다’라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습니다. 현 장관의 설명을 잠시 들어보시죠.
현인택: 남북 교류협력과 대화, 통일 준비 이 모든 것들이 통일부의 고유 업무에 속하는 것입니다. 다만 현 시점에서 지금 여러 가지, 올해 일어났던 천안함 사태나 연평도 도발로 인해서, 기본적으로 안보 강화라는 데에 물론 초점이 주어지고 있고, 아까도 말씀드렸습니다만, 통일준비라는 것은 한반도 평화통일을 향한 철저한 준비를 해 나가는 노력의 일환으로서 되는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정리하자면, 현재로선 천안함이나 연평도 도발 사태의 엄중함을 고려할 때 대북 정책의 방점을 안보 강화에 맞출 수밖에 없다는 뜻이지요. 그러면서도 통일부는 남북 교류협력이나 통일 준비 작업도 동시에 진행한다는 것이고요. 한국 정부의 공식적인 통일 정책은 ‘흡수 통일’이 아니라 ‘평화 통일’이라는 점을 현인택 장관은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이명박 대통령이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통일이 멀지 않았다’는 말도 했는데요. 이건 어떤 맥락에서 나온 말인가요?
박성우: 네, ‘흡수 통일’ 이야기가 자꾸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에 ‘통일이 멀지 않았다’는 대통령의 말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는데요. 이 말이 나온 맥락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통일을 하려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한반도의 평화"라고 말했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정착이 통일의 전제"라는 거지요.
이 대통령은 "'어떻게 하면 한반도의 평화 안정을 이룰 수 있는가' 하는 것을 금년에 많이 생각했다"면서 "평화의 정착은 말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금년에 북한의 도발에 대한 아주 강한 결심을 우리 국민도 하게 됐고 우리 군도 그렇게 하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런 강력한 대응 방침은 오히려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우리가 어떻게 하면 평화를 정착시키고 통일을 이룰 것인가 고민하고 그래서 내년에 통일부가 국민들에게 이 통일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는 해로 삼아야겠다"고 당부는 내용의 발언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나는 우리 국민들에게도 '통일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또 통일은 우리 국민들에게 보다 더 많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인식을 심는 한 해가 돼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대목에서 ‘통일은 멀리 있지 않다’는 말이 나온 거지요.
이건 통일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통일세를 징수하는 문제에 대해서 논의를 시작해 보자는 이명박 대통령의 8월15일 제안 내용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지요.
앞에서도 잠시 말씀드렸지만, 요즘 ‘흡수 통일’ 이야기가 자주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대통령이 ‘통일이 멀지 않았다’고 말한 걸 두고도 한국이 흡수 통일을 추진하는 것처럼 해석하는 경우가 있었는데요. 이 대통령의 발언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흡수 통일을 하겠다는 말을 한 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지요.
진행자: 박성우 기자, 수고했습니다.
박성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