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중국 친척 방문했다 낭패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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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

북한 주민들이 중국에 있는 친척을 방문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운데, 이처럼 어렵게 친척방문을 하고 난 뒤에도 자칫하면 빚더미 위에 올라 앉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전합니다.

북한의 주민들이 중국에 있는 친척을 방문하는 이유는 경제적으로 곤란한 상황을 친척의 도움을 받아 타개해 보려는 것이 가장 큰 목적입니다.

중국방문을 위해 여권을 발급 받고 여러 경로를 통해 중국에 도착하기까지 많은 경비가 들게 됩니다. 이들이 중국의 친척으로부터 충분한 금전적 도움을 받지 못할 경우, 오히려 중국여행 경비로 인해 빚더미에 올라앉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실정입니다.

47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에 있는 외삼촌을 찾아왔다는 평안남도 거주의 정 모씨는 자유아시아방송과 가진 회견에서 “이번 중국방문을 위해 (북한 돈으로) 180만원(미화 약470 달러)이 들었다”며 “중국에 있는 친척들로부터 얼마간의 도움을 받았지만 다 합해보아도 북한 돈으로 110만 5천원정도로 300달러 정도밖에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정 씨는 “여권 만들고 중국방문 수속을 받기 위해 들어가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키우던 돼지도 팔고 중국에 다녀오고 나서 갚기로 하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빚을 내 어 중국에 왔다”며 “막상 중국에 와보니 이곳의 친척들도 사는 것이 그리 넉넉하지 못했다”며 중국에 온 것을 후회하는 속내를 비치기도 했습니다.

중국에 사는 친척들의 도움이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에 약 200 달라의 적자가 난 셈입니다.

그런데 정 씨에게는 또 다른 고민이 있습니다.

북한에서 해외여행 하는 사람들은 보위부나 당 간부 또는 소속 기업소의 간부들에게 소위 과제물이라고 불리우는 청탁물건을 어떻게 하던 마련해 갖다 줘야 합니다.

정 씨는 이어서 “군 보위부와 군 당 책임비서 등의 과제물을 준비해가야 하는데 그것을 다 구입하려면 200달러는 있어야 한다”며 “과제물 중 일부는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중국 친척방문이 처음이자 마지막 이 될 것”이라고 밝힌 정 씨는 “간부들의 과제물을 챙기지 못하는 마당에 다시 여권발급 받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다른 사람들도 나하고 비슷한 사정에 처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에 친척이 있다는 조선족 김 모 씨는 “북한의 친척을 돕고 싶다면 중국에 있는 친척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이 오히려 더 효율적 일 수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당국의 확인절차를 받은 북한 친척의 초청장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또 “대부분의 중국 내 조선족들은 북한에 사는 친척들이 찾아와도 크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만큼 여유 있는 사람이 드물다”면서 “도움을 준다고 해도 몇 백 달라 이내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당국은 해외 여행자들에게 5년 유효기간의 복수여권을 발급하고는 있으나 해외여행을 마치고 귀국하는 즉시 회수하여 개인들이 여권을 보관할 수 없도록 하고 있어 사실성 1회용 단수여권이나 다름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