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서 열린 북한 문제 강연회 Q/A]

최근 워싱턴 D.C.의 강연회에 참석한 미국의 전 현직 고위 관료와 학자들이 오마바 미국 행정부가 펼치는 대북 정책의 기조와 향후 6자회담의 형태, 그리고 북한이 미국에 진정으로 원하는 사항과 미국의 책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북한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현장을 다녀온 장명화 기자가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앵커:

장명화 기자, 우선 오바마 행정부가 구상하는 대북 정책의 기조가 뭐라고 하던가요? 남한과 일본 일각에선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 정책을 활발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구체적인 정책이나 전략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장명화:

네, 우선 저희 청취자들을 위해서 2일 열린 강연회에 참석한 사람의 이름이나 소속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소위 ‘채텀하우스 규칙’이 적용됐기 때문입니다. 이 규칙이 적용되면 참석자가 발언한 내용을 정보로 사용할 수는 있지만 참가자의 이름이나 구체적인 소속을 밝혀서는 안 됩니다. 질문하신 미국의 대북 정책 기조와 관련해, 미국 행정부의 고위 관리는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8차 아시아 안보회의에서 한 발언이 미국의 현재 입장을 가장 정확하게 대변한다고 말했습니다. 즉 미국은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이 가능한 비핵화 (complete, verifiable denuclearization)’를 정책 목표로 삼고 있고, 나아가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결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 고위 관리는 특히 게이츠 장관의 발언은 미국 정부에 있는 최고위급 지도자들 (the very highest levels of the US government)의 허락을 거친 뒤 신중에 신중을 기해 작성됐다며, 이 발언이 ‘매우 중요한’ 단서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앵커:

북한이 그동안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고 2차 핵실험을 강행하는 등 잇따른 도발을 한 이유가 앞으로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대미 협상용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데요, 북한이 미국에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뭐랍니까?


장명화:

미국의 전 행정부 고위 관리는 일각에서 북한이 자국의 안보 보장 (security assurance)을 가장 원한다고 말하지만, 북한이 정말로 원하는 바는 엄밀히 말하면 체제의 보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은 이미 1993년에 핵무기를 포함해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위협을 하지 않겠다고 북한에 약속했는데도, 북한은 안전 보장을 담보하라고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결국 북한의 희망 사항은 미국이 김정일 정권이든 과도정권 (transition regime)이든 상관하지 않고 권력을 잡은 북한의 정권을 지지하겠다고 미국이 약속하라는 겁니다. 그래야 북한이 안심하고 국제사회에 참여한다는 거죠. 하지만 이 같은 북한의 요구는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고, 이 관리는 덧붙였습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최근 일본과 미국에서는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하는 6자회담의 구조에 회의가 많지 않습니까? 이런 점에 대한 건의 사항이 혹시 나왔습니까?

장명화:

네. 미국의 전 행정부 고위 관리는 기존의 6자회담 대신 영국과 프랑스를 포함하는 확대 다자회담을 제안했습니다. 현재 유엔에서 진행되는 제재 논의와 유사한 형태, 즉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5개 상임이사국과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소위 ‘P5+2’의 형태를 말합니다. 이렇게 되면 효과적으로 북한의 핵 문제를 다룰 수 있지 않겠느냐는 설명입니다.

앵커:

강연회에서 한반도 사태가 이렇게 되기까지 미국이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죠? 간단히 전해주시죠.


장명화:

네, 미국 의회의 고위 관계자는 강연회에 참석한 남한의 고위 관리가 북한 지도부를 부정적으로 평가하자 조목조목 반박하며 그런 주장을 했습니다. 남한의 고위 관리는 북한이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상대방이 진의를 알아채지 못하게 하고, 협상 단계를 잘게 잘라 더 많은 이득을 취하는 특유의 '살라미 전술'을 구사한다고 비난했거든요. 또 이 남한 관리는 북한과 협상은 한마디로 갈등의 악순환인데다, 북한이 수시로 약속을 깬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의회의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적절한 시기’라는 모호한 말로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한다고 했고, 북한과 협상에서 살라미 전술과 유사한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을 고수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미국이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불능화하는 조처에 맞춰 중유를 제공하고, 나아가 북한과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그럼 대안이 있습니까?


장명화:

이 의회 고위 관계자는 우선 북한과 정규적으로 대화하고 북한을 가까이서 관찰하기 위해 미국이 평양에 외교연락망 (diplomatic presence)을 두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또 북한의 고등학생들이 장학금을 받아 외국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하고, 북한의 취약 계층에 식량을 무제한 (unlimited food assistance)으로 지원하는 등의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일부 참석자들은 이 같은 방안은 북한 지도부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면서, 고개를 젓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