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섭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국무부가 지난달 11일 발표한 미북 검증 합의안은 북한의 미신고 시설에 대해 '상호 동의'(mutual consent)아래 접근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또한 핵시료를 채취하기 위해서 '과학적인 절차'(scientific procedures)를 이용하기로 합의했다고 돼 있습니다.
그러나 북핵 협상에 정통한 미국의 전직 고위 관리는 국무부 발표문은 '상호 동의' 아래 미신고 시설에 대한 접근을 허용한다고 돼 있지만, "북한이 실제론 이런 합의를 해준 일이 없다는 말을 부시 행정부 관리에게 직접 들었다"고 5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과거 미국 정부에서 비확산 담당 책임자를 지낸 이 전직 고위 관리는 이어 "물론 북한이 미신고 시설에 대한 접근을 동의하지 않았다고 해서 앞으로도 접근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며, 다만 현 시점에서 북한은 미국 측 주장대로 '상호 동의'를 해준 적이 없다는 것"이라면서 "이 문제가 현재 미국과 북한 간에 협상 쟁점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신고 시설에 대한 '상호 동의' 대목과 관련해 국무부 검증준수실행국의 폴라 드수터(Paula DeSutter) 차관보는 지난달 11일 북핵 검증합의에 관한 브리핑에서 "미신고 시설에 대한 접근이 무척 중요하다"고 말하면서도 '상호 동의'의 진위에 대해선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습니다.
앞서 언급한 전직 고위관리는 정확한 핵검증에 필수적인 시료 채취와 관련해서도 "미국은 구체적으로 어떤 시료를 채취해서 어떤 식으로, 어디에서 분석할지 그 방법과 절차 문제를 놓고 북한과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듣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폴라 드수터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달 브리핑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위해 일하기도 하는 미 공군기술응용센터를 활용해 북한에서 채취한 시료를 분석하겠다"고 밝혀서, 이 문제와 관련해 미북 간에 해석차가 존재하고 있음을 내비쳤습니다.
이 전직 관리는 국무부가 최근 발표한 미북 검증 합의안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시했습니다. 이 전직 관리는 "힐 차관보가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검증 협상을 마친 뒤 양해 사항을 상호 '구두 합의'(oral agreement)로 정리했다고 듣고 있다"고 밝히고 "그러나 북한은 이와 같은 구두 합의로는 아무런 구속력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합의는 아무런 가치(value)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관리는 성 김 미국 국무부 특사가 오는 7일 뉴욕에서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을 만나 검증 합의의 미진한 대목에 관해 협상을 벌이겠지만 "이견을 좁히긴 힘들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연내에 6자회담이 재개되기도 어렵다"고 진단했습니다.
이 전직 관리는 이어 "힐 차관보가 김 부상과 합의한 내용은 북한의 플루토늄 검증에 국한돼 있지만, 그것조차 허술하고 모호한 부분이 너무 많아서 오바마 차기 미국 행정부가 들어서도 미국과 북한 간 핵협상에는 극적인 진전이 있긴 힘들다"고 전망했습니다.
이 전직 고위 관리는 특히 "북한은 지금까지 해소되지 못한 쟁점을 포함해 북핵 현안을 놓고 오바마 차기 미국 행정부를 상대로 협상을 벌이면서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 전직 관리는 이어 "여기엔 궁극적으로 경수로는 물론 식량과 현금, 에너지 지원, 나아가 대사급 수교처럼 북한을 정치적으로 인정하는 것을 비롯한 모든 요구 사항이 포함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북, 핵검증안 핵심내용 합의 부인”-미 전직 고위관리
북한은 미국이 최근 발표한 북핵 검증안의 핵심 내용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연내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