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문서화된 것만 지키겠다” 검증 의정서 초안 거부

북핵 6자회담 3일 째인 10일, 북한은 중국이 마련한 검증의정서 초안을 거부했습니다. 중국이 검증 의정서의 수정안을 내놓을 가능성도 이젠 희박해 보입니다. 11일 오전 중국은 휴회를 선언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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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북핵 검증 의정서 채택과 관련해 "회담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면서 서로 "이견을 전혀 좁히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지난 7월 6자회담에서 합의한 바 있는 영변 핵시설 방문과 문건 확인, 그리고 핵 기술자들과 면담 외에는 어떤 것도 핵 검증 의정서에 담을 수 없다고 맞섰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지난 10월 미국과 평양에서 이룬 핵 검증과 관련한 합의 내용 중 문서화 된 사항만 지키겠다고 나온 셈입니다.

특히, 핵 검증의 핵심 사안으로 미국과 다른 나라가 요구해온 '시료 채취'에 대해서도 북한은 그 용어가 의정서에 어떻게 표현되든 지금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료 채취는 북한의 핵계획 전체를 파악할 수 있는 단서이기 때문에 미국과 신뢰가 쌓이지 않은 지금은 자국의 안보를 위해서도 이를 허용할 수 없다는 설명입니다.

한국측 6자회담 대표인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입니다.

김숙: 북한은 지난 7월 합의한 바와 같이 시설 방문, 서류 검토, 관계자 면담… 이 세가지만 하더라도 ‘과학적 절차’가 아니겠느냐… 그런 내용의 발언을 했습니다.

이밖에도 핵 검증의 주체와 대상을 놓고도 북한과 나머지 당사국 간의 이견은 깊었습니다.

검증을 위한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역할을 확대하는 문제를 놓고 이견이 있었고, 북한의 핵폐기물 시설을 비롯한 미신고 핵시설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서로 견해가 달랐습니다.

김숙 본부장은 “중국이 이처럼 서로 다른 의견들을 조합해 공통분모를 만들기 힘든 상황”이라고 평가해 11일 아침 중국이 검증 의정서의 수정안을 내놓을 가능성은 거의 없음을 시사했습니다.

이제 남은 문제는 6자 수석대표들이 다시 모여 휴회를 할 것인지 아니면 회기를 연장할 것인지 여붑니다.

하지만 한중일 정상회담이 오는 14일부터 열리고 각국의 정치 일정이 있기 때문에 6자회담이 2-3일씩 연장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회담을 하루 더 연장해 풀 수 있는 문제들은 아닌 걸로 판단되기 때문에, 중국은 아무런 성과도 남기지 못한 이번 회담을 휴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회담 관계자들은 전망했습니다.

게다가 미국의 오바마 정부의 출범 일정으로 회담을 재개하는 일정도 잡기 힘든 상황이어서 북핵 6자회담은 상당 기간 공전할 가능성 높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