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는 최근 발간한 2010년 연례 전략보고서(Strategic Survey 2010: The Annual Review of World Affairs)에서 북한이 경제난을 자초하고 있다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화폐개혁 실패에 대해 간접적인 사과까지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런던에 본부를 둔 영국의 대표적인 민간 연구기관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는 7일 발간한 연례 전략보고서에서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북한이 경제난을 자초(self-inflicted)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보고서는 지난해 말 북한에서 단행된 화폐개혁의 실패와 연이은 도발행위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 그리고 남북관계 경색에 따른 한국의 대북지원 중단 등이 북한이 경제난을 자초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는 특히 화폐개혁에 따른 여러 부작용이 북한 주민의 큰 반발을 야기했다는 보도가 계속 이어졌다면서 북한 내부 동요의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북한 정권이 화폐개혁 실패에 대해 주민에게 사과할 정도의 상황임은 분명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보고서는 화폐개혁 실패의 책임을 물어 북한 당국이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을 희생양 삼아 처형했고 김영일 내각 총리가 사과했다는 보도를 소개하면서 특히 김정일 위원장도 화폐개혁 실패에 대해 사과하는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올해 초 김 위원장이 강냉이밥을 먹고 있는 북한 주민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한 발언과 주민에게 흰쌀밥과 고깃국을 먹이라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을 관철하지 못하고 있다는 발언은 화폐개혁 실패에 대한 김 위원장의 간접적인(oblique) 사과로 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한편 보고서는 북한의 권력승계 움직임과 관련해 김 위원장의 3남인 김정은이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다면서 2008년 후반기부터 북한이 취한 대립적 정책(confrontational policies)은 나이가 어리고 군사적 경험이 없는 김정은에게 후계자로서의 정통성과 지위를 담보해 주려는 동기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김 위원장이 2009년 '선군사상'을 '주체사상'과 동급 반열에 올려놓고 국방위원회의 비중을 확대한 것은 권력 승계에 앞서 군부에서의 권력 기반을 확고히 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고 보고서는 분석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 겸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김정은을 도와 섭정에 나설 수 있다면서 장성택의 맞수였던 이제강 노동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한 것과 고령의 국방위원회 위원들이 퇴출당한 상황 등은 김정은으로의 3대 권력 세습을 지지하는 새로운 세력을 북한의 핵심 권력층에 포진시키기 위한 김정일 위원장의 노력이라고 분석했습니다.